윤태환 대표의 ‘시민 중심의 에너지전환’ 도전인생
지역주민에 투자받아 그들과 이익 공유하는 개념
주민들이 십시일반 키운 덴마크 풍력 사례에 매료
밀양송전탑 사태서 공존의 에너지정책 필요성 느껴
목동 풍력·태백 풍력 등 주민참여형사업 잇단 성공
뭣보다 사회적가치 중시 “탄소중립 앞당기기” 미션
〈이 기사는 헤럴드와 유쾌한반란의 공동기획입니다. 헤럴드는 환경 중심의 철학을 실현하려는 언론이고, 유쾌한반란은 우리 주변의 작은 혁신을 통한 행복한 미래를 추구하는 사단법인입니다. 유쾌한반란은 특히 경제적가치 외에 환경 등 사회적가치를 업(業)철학으로 경영하는 소셜임팩트 기업을 회원사로 한 소셜임팩트포럼을 운영 중입니다. 이에 헤럴드와 유쾌한반란은 손을 잡고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이나 공유가치창출(CSV) 보다 더 큰 개념의 사회적가치를 실천하는 스타트업 기업을 발굴하고 탐방함으로써 사회적가치 기업문화를 전파하는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 지난 2011년, 윤태환(40) 루트에너지 대표는 서른살의 나이에 덴마크 유학길에 올랐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자동차로 30분 걸리는 륑비(Lyngby)라는 지역에 위치한 덴마크공과대학에 적을 두었다. 거기에서 풍력에너지공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1829년에 설립된 덴마크공과대학은 그나라 최초의 공과대학이자, 오늘날 유럽의 선도적인 공대로 불리는 곳이다. 전공을 풍력에너지로 삼은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풍력’에 관한한 전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는 덴마크에서 공부하고 싶었다. 풍력하면 독일도 유명하지만, 덴마크는 남다른 스토리를 지닌 곳이란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덴마크의 풍력산업은 그나라 국내총생산(GDP)의 8~9%를 차지한다. 세계 1위의 풍력터빈 제조기업인 베스타스(Vestas)를 보유하고 있는 곳 역시 덴마크다. 풍력에 있어 지구촌에선 ‘엄지 척’이다.
덴마크가 ‘남다른 스토리’를 가졌다고 여기게 된 것은 풍력 기술도 그렇지만, 오늘날 덴마크가 ‘풍력 강국’이 된 것은 농장 주민들의 힘이 합쳐진 결과물이라는 점에 있다. 1970~80년대 지구촌이 오일쇼크 등으로 힘들때 에너지산업에 눈을 돌린 나라가 많아졌고, 덴마크는 풍력에 주목했다. 우리나라가 원전에 매료됐듯이, 덴마크는 풍력산업에 매달린 것이다. 그런데 이는 정부 정책이라기 보다는 낙농업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기폭제가 됐다.
“덴마크는 우리나라처럼 지하자원이 거의 없는 나라입니다. 우스갯소리로 ‘바람’밖에 없다는 말도 나오는 곳이죠. 그런 곳에서 낙농업을 하는 주민들 중심으로 ‘돼지, 소 키우는 곳에 풍력 하나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마음이 십시일반 합쳐졌고, 풍력산업이 점점 커지게 됐습니다. 그러니 덴마크의 풍력은 주민들에 의해 발달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베스타스는 원래 낙농업이 주를 이루던 시절, 땅파는 기계를 만드는 회사였지만 풍력발전이 일상화되면서 풍력터빈 제조기업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니 베스타스의 변신과 새로운 성장은 주민들이 이뤄낸 것이라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풍력이 주민들에 의해 시작되면서 풍력발전이 그 나라 주요 에너지원이 됐고, 베스타스란 기업 역시 로컬기업에서 글로벌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고, 결국 국가경제에 막대한 위력을 끼쳤으니 대단한 사례가 아니겠습니까?”
덴마크 유학 전에도 이런 스토리를 조금은 알고 있었지만, 덴마크에서 풍력에너지를 전공하다보니 그 일화를 세밀하게 공부할 수 있었고, 이곳에서 자신의 길이 보이더란다. 풍력에너지는 곧 ‘성공방정식’일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윤 대표의 덴마크 유학기는 그에게 이렇게 알토란 같은 ‘아이디어’를 선물했단다.
꼭 덴마크에서만은 아니다. 당시 한국사회를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밀양 송전탑’ 사태도 윤 대표의 앞날에 영향을 끼쳤다. 한국에서 들려오는 밀양 시민과 한전의 갈등 소식은 그가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답을 제공했다. 그것은 ‘에너지 민주주의’였다. 정부 정책이 옳든 그르든 시민이 자발적으로 에너지생태계에 참여함으로써 화합과 공존의 에너지정책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덴마크에서 목격한 에너지 민주주의를 한국사회에서 실현하는 데 일조하고, 이왕이면 이를 사업으로 연결하면 되겠다 싶었다. “덴마크 유학시절 배운게 에너지 민주주의입니다. 에너지 정책을 국가도, 지자체도, 기업도 아닌 주민 손으로 일궜으니 그게 에너지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지요.”
2013년 10월, 윤 대표는 귀국했다. 그리고 두달이 지난 12월 루트에너지를 창업했다.
회사 이름 자체에서 지향점이 엿보인다. 루트(Root)는 ‘나무의 뿌리’라는 뜻이다. 나무 열매가 풍성하게 맺기 위해서는 그 뿌리, 그 중에서도 가장 얇고 잘 보이지 않는 실뿌리가 영양분을 잘 흡수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시장 생태계를 큰 나무로 비유하면 실뿌리 하나하나는 바로 시민들이다. 시민들이 에너지 주권을 갖고 재생에너지 시장 생태계를 튼튼하게 자라게 만들어야 하며, 열매는 다시 시민과 여러 산업 생태계의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나눠야 한다는 데서 그 이름을 붙였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연상케 한다. “시민 중심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통해 혁신적인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모든 사람이 에너지의 주인이 돼 깨끗한 미래를 가꿔가는 것, 이런 문화를 루트에너지가 견인하고 싶었어요. 그걸 우리의 사명으로 삼았습니다.”
이런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루트에너지가 내세운 핵심솔루션이 ‘커뮤니티 펀딩(Community Funding)’이다. 루트에너지는 커뮤니티 펀딩의 개척자다. 이런 개념의 펀드는 국내 최초라는 점에서, 커뮤니티 펀드를 기업에 적용한 윤 대표는 이 분야의 1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커뮤니티 펀드는 무엇일까.
쉽게 설명해보자. A라는 지역이 있다고 치자. 공기업이나 민간사업자가 A지역에 발전소를 지으려 할때를 가정해보자. 쉬운 일은 아니다. 님비(NIMBY)현상이 아니더라도, 지역 주민과 사업자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히다보면 사공이 점점 많아지고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 본질은 뒤로 밀린채 발전소를 건설하느냐, 안되느냐를 놓고 갈등양상으로 접어들 수 있다. 이때 커뮤니티 펀드는 사업 촉진과 갈등해소의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 공기업이나 민간사업자가 루트에너지 서비스의 ‘커뮤니티 펀딩’을 통한 주민 투자자를 모집하게 되면 주민들이 일종의 주주가 되기 때문에 발전소 건설에 대한 주민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 물론 일이 잘 풀릴 경우에 해당하는 말이겠지만, 이는 주민들이 발전소 시공 및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고 발전소의 전력 판매를 통해 발생하는 이익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구조란 점에서 윈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대개 15~20년 만기상품으로, 연 7~13%의 높은 이자율을 제공한다. 만기가 최대 20년 정도 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있고, 투자 후 1년 후부터 채권을 환매해 투자 유동성을 높일 수도 있다. 이것이 커뮤니티 펀드의 개념이다. 정의하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발전사업에 투자함으로써 이익을 공유하는 것, 이로써 에너지원 개발 추진과정에 주민이 참여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커뮤니티 펀드다.
그렇다고 루트에너지가 펀딩만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 맨 첫단계인 주민설명회 등을 통한 발전소 개발 당위성에 대한 전파와 설득, 발전소 건립 제안부터의 기획단계, 착공상태에서 인허가 과정까지의 주민의견 수렴 등 복잡하고 까다로운 중개역할(?)까지 맡는다. “이러니 피말리는 작업의 연속입니다”라고 윤 대표는 말한다.
루트에너지는 지난 2017년 8월 서울에너지공사와 첫 커뮤니티 펀딩 사업을 개시했다. 사업 초창기여서 신뢰도 확보 및 발전소 부지를 찾는 것은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었다. 당시 서울에너지공사의 넓은 옥상이 그냥 유휴부지로 방치돼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공사를 찾아가 옥상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물론 커뮤니티 펀딩을 통한 지역민들 참여가 전제조건이었다. “그때는 국내에선 커뮤니티 펀드가 너무도 생소한 개념이었어요. 주민들의 투자를 받아 태양광을 만들자는 제안을 전혀 이해를 못했지요. 아무도 이런 시도를 해본 적이 없으니 지금보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공사 업무 담당자를 설득하는데 1년6개월 걸렸다. 수십번의 미팅과 설명, 프리젠테이션(PT) 등으로 공사 담당자들의 고개를 결국은 끄덕이게 했다. 규모는 작았다. 목동 옥상 루프탑 태양광은 100㎾ 용량으로, 33가구가 쓸 수 있는 전기 생산량이었다. 펀딩 규모 역시 1억8000만원으로 비교적 소액이었다. 첫 펀딩은 성공적이었다. 100% 양천구, 강서구 주민을 대상으로 한 펀딩은 5분만에 마감됐다. 5분만에 자금조달이 끝난 것이다. 처음으로 달콤한 열매를 맛봤다. 그렇게 해서 ‘양천햇빛공유발전소’는 생겨났다. “첫 성공사례를 만드니 자신감이 생겼어요. 에너지 민주주의, 즉 에너지 주민참여사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입증을 얻었고, 이후 여러 사업을 전개할 수 있었습니다.”
한번 성공 사례를 만들고 나니 이후엔 비교적 수월하게 일이 추진됐다. 현재는 한국전력공사의 발전자회사, 각 지자체 에너지공단, 발전 공기업 등과 꾸준히 커뮤니티 펀딩 사업을 전개 중이다.
루트에너지는 특히 2021년 9월 시점을 목표로 새만금 태양광발전사업(100㎿)의 커뮤니티 펀딩을 추진 중이다. 펀딩 규모는 60억원 정도로, 군산시민을 대상으로 투자모집을 계획하고 있다. 제2, 3의 새만금 태양광발전도 꿈꾸고 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투자한 돈으로 새만금 일대에 7~8㎞에 달하는 태양광을 설치하고 그 수익을 시민들과 공유하는 것, 생각만해도 설레지 않습니까?”
루트에너지의 눈에 띄는 성과는 또 있었다. 2021년 1월 이 회사는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사업’에 대한 커뮤니티 펀딩 모집에 성공했다. 국내 최초의 대규모 주민참여형 풍력사업 모델이었다. 루트에너지는 태백시에 거주하는 시민들로부터만 총 17억원을 공모했고, 태백시민 256명이 1인당 평균 600만원씩 투자했다. 이 일 역시 쉽지는 않았지만 결국 해낸 것이다. “태백 풍력사업은 강원도청과 한국동서발전 등과 협업한 프로젝트입니다. 태백시민들에게 이 사업이 탄소중립을 위해 어떤 의미가 있으며, 어떻게 보다 많은 이익이 지역에 돌아갈 수 있는지 꾸준히 설득하고 설득한 결과물이었습니다.”
이 회사의 이같은 다양한 프로젝트 성적표는 국내에 생소했던 커뮤니티 펀딩에 대한 업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루트에너지는 2021년 현재 전국 30곳이 넘는 지역에 크고 작은 재생에너지 펀딩 사업을 하고 있으며 전사업에 걸쳐 380억원의 펀딩규모로 키웠다. 지역주민과 시민들 개인 투자자는 7600명에 이른다. 커뮤니티 펀딩에 관한한 선두 개척은 충분히 한 셈이다. 이러다보니 여러 업체에서 커뮤니티 펀딩에 대해 자세히 문의를 하곤 한단다.
사실 시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 방식은 커뮤니티 펀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민들과 함께 하는 에너지사업은 협동조합이 대표적이다. 증권사, 자산운용사의 사모/공모펀드도 한 모델이다. 크라우드 펀딩도 커뮤니티 펀딩과 유사하다. 하지만 대부분 커뮤니티 펀딩에 비해 한계가 있단다. “협동조합은 가장 이상적이고 민주적인 법인 조직이지만 재생에너지 사업엔 운영상 어려운 점이 많아요. 독일의 경우 에너지 협동조합 방식의 시민참여는 전체 시장규모에서 불과 2~3% 차지합니다. 시민 채권형 참여 모델이 대부분입니다. 커뮤니티 펀딩이 그만큼 유용하다는 것입니다.”
또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에서 사모/공모펀드로 주민참여를 시도하고 있지만, 발전소 주변 특정지역의 수천, 수만명의 주민이 참여하는 모델을 만드는 데 사모/공모펀드는 자본시장법상 추진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실제 투자자들은 지역 주민들보다 대부분 서울이나 수도권 시민들이다. 크라우드 펀딩, P2P금융 등의 투자 방식은 다수의 사람들이 금융감독원의 감시감독을 통해 관리되는, 신뢰할 수 있는 접근 방식이지만 1인당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 500만원으로 한정돼 있다. 지역주민 수익성이 크지 않다는 뜻이다. “우리의 솔루션은 약 240개 P2P금융회사 중 유일하게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에 지정됐습니다. 1인당 최대 1억원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 지원도 받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나온 국내의 재생에너지 이익 공유 모델 중 지역주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고, 이로인해 지역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가장 경쟁력 있는 솔루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윤 대표의 이 말에선 자부심이 묻어난다.
윤 대표가 처음부터 순탄한 길을 걸은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가 루트에너지를 창업한 시점은 2013년 말이었다. 커뮤니티 펀딩의 가시적 첫 성과(양천햇빛공유발전소)를 얻은 것이 2017년이었으니 창업후 4년간 가시밭길을 걸었음을 알 수 있다. 커뮤니티 펀딩은 정확히 세차례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창업의 해인 2013년 당시만 해도 커뮤니티 펀딩 도입을 위한 제도는 미비했고,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인식이 낮았어요. 사업 제안에 수많은 퇴짜를 맞은 이유입니다.”
커뮤니티 펀딩 사업 방향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이 생겼고, 두차례 재생에너지 분야의 다른 사업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첫 창업 아이디어인 커뮤니티 펀딩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고, 거기에 매진한 결과 루트에너지 성장을 도모할 수 있었단다. 임직원수 25명(2021년 3월 기준)의 잠재력이 큰 스타트업으로 키운 것이다.
어찌보면 루트에너지를 펀드회사로 여길수 있겠는데, 그건 아니다. 루트에너지는 ‘재생에너지 투자 및 관리 플랫폼’을 아이템으로 하며 ‘재생에너지 100% 전환 가속화를 위한 솔루션 제공’을 미션으로 삼는 회사다. 표준산업분류는 ‘기타 발전업’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또 솔루션업체, 플랫폼업체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 그것도 아니다.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 기반의 IT 융합이니 핀테크(FinTech)업체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도 루트에너지에 대한 완벽한 표현은 아니다.
루트에너지를 ‘정의’하려면 ‘사회적가치’를 빼놓을 수는 없다. “루트에너지는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을 중요시 합니다. 커뮤니티 펀딩을 매개체로 주민에 의한 에너지정책 전환을 이끌어내고 지역주민과 이익을 공유함으로써 2050년까지의 탄소중립 목표를 10년, 20년 앞당겨 지구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것, 그걸 실현하려는 기업입니다.”
커뮤니티 펀딩 사업에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면서 루트에너지는 지난해 초심을 다지는 작업을 단행했다. 전체적으로 미션과 비전, 행심가치를 리브랜딩한 것이다. 직원들 모두 머리를 맞대고 밤샘토론 끝에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설정했다. 이렇게 해서 문구화한 것이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가속화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듭니다(미션)’, ‘커뮤니티 기반의 혁신을 통해 환경적인 비즈니스를 선도합니다(비전)’이다. 그러니 루트에너지는 ‘재생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민주주의 도달을 꿈꾸며 탄소중립을 앞당기는, 환경문제 해결을 자임하는 사회적기업이자 솔루션기업’으로 칭할 수 있겠다 싶다.
루트에너지가 표방하는 핵심가치 역시 우리사회에 대한 책임감이 엿보인다. ‘금전적 이익 뿐만 아니라 환경을 중요시하는 마음가짐을 추구합니다(지속가능성)’, ‘문제 해결을 위해 참신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혁신)’,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행동합니다(열정)’, ‘개인의 성장은 물론 동료와 함께하는 성장을 지향합니다(성장)’, ‘모든 일과 관계에서 책임감 있는 자세를 가집니다(신뢰)’, 이 다섯가지가 바로 그것이다. “에너지 전환의 성공 방정식은 기술에서 시작해 주민으로 끝납니다. 주민에게 재생에너지 사업의 참여 기회를 주고, 그 수를 늘려 나가고자 합니다. 동시에 루트에너지의 핵심가치를 지켜갈 것입니다.”
‘탄소중립’은 윤 대표에겐 심장을 펄펄 뛰게 만드는 지향점이다. 탄소중립 시대는 정부나 공공기관, 일부층의 노력만으로는 안되며 시민들이 직접 나서야만 목표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고 확신한다. “탄소중립에 대한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기위해선 시민들이 손쉽게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탄소중립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만약 현재 1만~2만명 수준의 재생에너지 투자자들이 점차 늘어 200만명쯤 되면 탄소중립이 우리 사회의 주요 아젠다가 되고, 꼭 지켜야할 사회규범으로 자리잡을 수 있어요. 그게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루트에너지 직원 25명은 이런 가치를 공유한다. 루트에너지가 진행하는 재생에너지 사업은 ‘탄소중립 프로젝트’의 하나이며, 향후 다양한 프로젝트를 발굴해 더 많은 사람을 탄소중립 사업의 투자자로 만들겠다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단다. “전기버스 개발, 충전소 인프라 구축, 대체육 공장 증축, 건축물 친환경 리모델링 등 탄소중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사업들이 우리의 발굴 대상입니다. 점차 사업의 스펙트럼을 넓힐 예정입니다.”
윤 대표는 크라우드 펀딩을 넘어 직접 시민들이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 기후/환경 전문 콘텐츠 플랫폼, 블록체인 기반의 시민에너지기업 ERP시스템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시민들의 참여를 높이고, 그 혜택을 나눠 대중화할 수 있는 각종 신사업을 구상 중이다. 특히 해외에 눈을 돌려 베트남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다.
윤 대표에게 개인적 내면 사항을 물어보니 자세한 멘트는 사양한다. 개인 포장보다는 사업으로만 승부하겠다는 뜻이 엿보인다. 다만 여기까지 오기엔 숙고하고, 성찰하고, 끊임없이 공부했단다. “20대는 사유의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1년반 넘게 혼자 배낭여행을 다니면서 고독을 자청하기도 했고, 음악도 해보고 시도 써봤습니다.”
20대 후반이었던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직후엔 곳곳에서 진행된 지속가능성 관련 컨퍼런스나 토론회에 많이 참석했다. 여기서 이름, 연락처, 꿈을 적은 명함을 직접 만들어 돌리기도 했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며 살고 싶은 게 꿈’이라는 글귀를 넣었단다. 이후 에코 프론티어라는 회사를 알게 됐고, 인턴으로 시작해 3년 정도 다니며 탄소, 녹색금융, 녹색산업 등 전문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그때의 공부에 힘입어 덴마크 유학에 도전하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국무총리소속 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을 맡게 된 것도 녹색산업에 대한 그의 적잖은 배움, 경험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덴마크 유학을 끝낸후 원래는 원자력발전 비중이 높은 프랑스에서 지인과 창업을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밀양 송전탑 뉴스 등에서 느낀 것처럼 재생에너지와 관련해선 한국사회가 개선의 여지가 큼을 알게됐어요. 건방진 말 같지만, 시민의 힘으로 에너지시스템을 바꾸는 것, 그게 묵직한 사명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자신의 꿈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윤 대표에 우호적 시선이 늘어가는 것일까. 이쪽(에너지분야)에선 꽤 유능한 청년으로 인정을 받는 모양이다. 얼마전 에너지관련 공기업 사장을 만났는데, 그가 대뜸 그러더란다. “어, 재생에너지 분야의 방탄소년단(BTS) 그 분 아닙니까?”
순간, 얼굴이 좀 달아올랐다고 한다. “좀 부끄러웠어요. 앞으로 잘하라는 말씀으로 알아들었습니다. 그래도 좋게 말해주는 분들이 계셔서 자신감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기업, 탄소중립 시대를 앞당기는데 도움이 되는 기업, 상향식 에너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기업. 사회적기업 루트에너지를 많이들 응원해 주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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