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op

NEWS
“기후변화, 과학 아닌 윤리문제…오롯이 인류가 빚어낸 결과”
2025.04.14

‘10년 후를 예측하다’ 토론 세션

김형준 KAIST 교수·박성빈 KAIST 학생

‘메타어스 시뮬레이션’으로 본 2030년 지구

지구온난화는 명백하게 인간 활동의 영향


지금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또다시 다음 세대에 책임을 전가하게 될 것

 

캡처.PNG

 

“기후변화는 더 이상 과학이 아니라 윤리의 문제입니다.”

 

김형준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지난 9일 대전 KAIST 류근철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기후변화의 시대, 10년 후를 예측하다’를 주제로 열린 ‘헤럴드 에코페스타(H.eco Festa) 2025’ 첫 번째 토론 세션에 참여해 이같이 강조했다.

 

특정 세대나 지역에만 책임을 지우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전 세계를 덮친 기후위기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이날 김 교수는 ‘메타어스(Meta-Earth) 시뮬레이션’ 기술을 통해 전 세계 곳곳에서 잇따르는 기후 재해에 인류가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메타어스란 가상공간에 지구를 현실에 가깝게 구현해, 전 세계의 홍수나 가뭄 등 자연재해 현황을 실시간으로 살펴보고 미래 재해까지 예측하는 기술이다. 김 교수는 인류가 있는 2030년 의 지구와, 인류가 없는 2030년의 지구를 각각 메타어스로 구현했다.

 

두 시점의 지구를 비교하면 인류가 원인이 돼 발생한 자연재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인류가 있는 2030년에는 아마존에서 대형 가뭄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반면, 인류가 없는 지구에선 이런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 김 교수는 “미래에 가뭄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오롯이 인류가 빚어낸 결과”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아마존이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인구 밀도가 극히 낮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기후재해는 인류의 책임에서 비롯되지만, 역설적으로 그 피해는 인류가 없는 지역에 고스란히 입는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아마존은 아무런 책임이 없음에도 환경 파괴에 대한 피해를 겪게 되는 것”이라며 “기후변화가 정의라는 가치와 맞닿아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는 동시에 ‘세대’ 문제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수십년 전부터 도시개발 등으로 환경에 누적되어온 문제가 몇 세대를 거친 뒤에야 기후재해로 현실화하는 특성 때문이다. 김 교수와 함께 토론에 참여한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학생인 박성빈씨는 이같은 세대 간 인식 차이를 공유했다.

 

캡처.PNG

 

박씨는 이른바, ‘기후변화 세대’로, 기후 문제를 태어나면서부터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세대다. 박씨는 지난해 KAIST 기후테크 전국민 오디션에 기존의 방사능 전지 대비 효율을 높여 탄소 절감에 기여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해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씨는 기성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로, 환경 관련 정책 결정에 정작 기후변화 당사자인 세대가 참여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박씨는 “기후변화로 인해 더욱 망가진 미래를 살아갈,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은 실제로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인생에서 충분한 시간을 살아온 세대인 정책결정권자들은 기후위기를 상대적으로 크게 체감하지는 못한다. 남은 시간 동안 기후변화로 인해 망가지는 세상을 경험할 세대의 체감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세대가 느끼는 심각성은 계속해서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세대별로 보면 기후변화는 그것은 저희 윗세대에서 시작된 문제이며, 저희 세대가 그 책임을 다음 세대에 전가한 것”이라며 “지금 더 적극적으로 기후변화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면 높은 확률로 또 다시 다음 세대에 책임을 전가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변화를 추적하고 해결하기 위한 과학 기술의 중요성도 언급됐다. 지금으로선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설득하기조차 쉽지 않다는 게 그의 호소다. 김 교수는 “인간의 활동이 기후시스템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때까지 30년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20세기 초반부터 지구 기온이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다. 또한 자연재해로 인해 30만명가량이 사망했다거나, 경제 피해가 20년 전과 비교해 250% 늘었다는 UN 보고서 등이 나오고 있다”며 “그런데 정작 이런 상황의 책임이 어떤 국가나 어떤 세대, 산업에 있는지를 증명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제6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이야기다. 해당 보고서에는 ‘지구온난화는 명백하게 인간 활동의 영향’이라는 취지의 발언이 담겼다. “인간의 영향으로 인해 대기, 해양, 육지가 따뜻해졌다는 것은 명백하다(It is unequivocal that human influence has warmed the atmosphere, ocean and land)”는 문장이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1차 보고서가 1990년대에 나왔는데, 30년을 뛰어넘어 6차 보고서에서야 겨우 ‘명백’하다는 이야기를 할 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변화는 이처럼 세대, 지역, 계층 등 많은 문제가 얽혀있다”며 “동시에 과학은 이렇게 복잡하게 얽힌 인과관계를 객관적으로 풀어내서 보기 위해 필요한 학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우리가 누리고 있는 윤택함은 미래의 빚을 끌어와서 쓰고 있는 것임을 모두가 마음에 담고 살아간다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대전=박혜원 기자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6/0002456831?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