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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사진 맞아?” 믿기 힘든 이 광경…벚꽃, 개나리에 진달래까지 봄꽃 만개 [지구, 뭐래?]
2023.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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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여기는 부산. 약 3년 째 12월, 1월에 벚꽃이 펴요”

 
어두운 밤하늘을 팝콘처럼 가득 메운 벚꽃. 설레는 풍경이지만 실제로 목격한 이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 됐다.
 
12월 초순에 촬영된 사진으로 추정돼서다. 한두 송이가 핀 것도 아니고 모든 가지에 꽃망울이 트인, 만개한 벚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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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경남 창원에서는 개나리가 피었다는 목격담이 나왔다. 한 엑스 이용자는 지난 10일 “엊그제인가 부산에 벚꽃 폈다며”라며 “오늘 창원에서 개나리 핀 것 봤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중부 지방도 때 아닌 봄꽃 현상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11일 또다른 엑스 이용자는 산에 핀 진달래 사진을 공유하며 “부산에 벚꽃 핀 것만이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성남 부근인데 진달래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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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봄꽃은 피는 시기에도 순서가 있었다. 기온과 일조량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매화와 산수유가 봄을 알리면, 목련·개나리·진달래·벚꽃·철쭉 순으로 개화했다.
 
봄이 짧아지고, 초여름 같은 날씨가 나타나면서 봄꽃이 한번에 피는 현상으로 기후변화를 실감했다면, 최근 2~3년 새 한겨울에 봄꽃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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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2월 기온은 봄꽃들이 헷갈릴 정도였다. 낮 최고기온이 10~20도로 4월, 10월 등 봄가을 같은 날씨가 일주일 가량 지속됐다.

 

지난 7일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낮 최고 기온이 15도를 넘었다. 평년 낮 최고 기온은 3~11도로 올해가 5~10도 가량 높은 수준이었다. 8일에는 경북 경주 20.9도, 전북 군산 20.5도로 최고 기온을 갈아치웠다.

 

급기야 지난 11일에는 전국 62개 기상 관측 지점 중 58개 지점에서 최고 기온이 경신됐다.

 

날이 따뜻하다보니 봄꽃은 물론 여름과 같은 풍경도 이어졌다. 12월에 반팔을 입고 돌아다니고, 모기가 여전히 잡히는 기현상이 속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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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뿐 아니라 올해 전체가 기상 관측 역사 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다. 지난 6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는 보고서를 통해 올 1∼11월 전 지구 평균 기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산업화 이전인 1850∼1900년 평균 기온보다 1.46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더웠던 2016년보다도 0.13도 높은 수준이다.

 

예견된 결과였다.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6개월 연속 최고 기온을 경신했기 때문이다. 특히 11월에는 산업화 이전 같은 달보다 섭씨 1.75도가 더 높았다. 일별로 보면 11월 중 이틀이나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상 높은 것으로 측정됐다.

 

산업화가 시작된 1850~1900년을 기점으로 지구 평균 기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이 시기가 온도 상승의 기준이 됐다. 1.5~2도 이상 오를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기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기후과학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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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기록들도 오래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이 더 더운 해가 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영국 기상청은 지난 8일 산업화 이전보다 내년의 지구 평균 기온이 처음으로 섭씨 1.5도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해마다 조금씩 지구 기온이 상승하는 데다 엘니뇨가 겹친 영향이다. 엘니뇨는 태평양 특정 지역의 해수 온도가 올라가는 기후 현상이다. 반대로 해수 온도가 낮아지는 라니냐도 번갈아 찾아온다. 지난 3년 간 라니냐였음에도 불구하고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이 억제되지 않았는데, 올해부터 엘니뇨로 바뀌면서 상승 폭이 더욱 커진 셈이다.

 

엘니뇨는 내년 봄, 길게는 여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영국 기상청의 닉 던스톤 박사는 “(내년이 가장 더울 것이라는) 예측은 10년마다 0.2도씩 오르는 지구 온난화 추세와 일치하며 엘니뇨 현상에 의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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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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