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이만큼만 먹고 다 버린다니….”
하루에 한두 잔씩 챙겨 마시게 되는 커피. 한국인은 연평균 커피를 353잔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평균 0.9잔이다.
커피를 내리는 데에 사용되는 원두 중 실제로 마시는 양은 0.2%가량. 99.8%는 그대로 찌꺼기로 버리게 된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만드는 데에 사용하는 원두가 15g에 커피 소비량을 고려하면 1년에 약 2억6420만㎏의 커피찌꺼기를 버리는 셈이다.
이를 그대로 버리면 커피도 주요한 온실가스 배출원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커피찌꺼기는 일반쓰레기에 해당돼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소각 시 1000㎏당 338㎏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매립할 경우 이산화탄소보다 온실 효과가 큰 메탄가스가 나온다.
환경오염을 차치해도 커피찌꺼기는 그대로 버리기 아까운 자원이다. 지방과 단백질, 섬유질 등 유기영양분이 풍부해서다. 연료로 사용하거나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도 있고 심지어 식품 원료로도 쓰일 수 있다.
이에 스타트업 사이에서는 커피찌꺼기를 재활용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ENF에너지는 커피찌꺼기를 연료로 만드는 데에 앞장서고 있다. 이미 고체 연료(펠릿)와 도자기 천연 유약으로 만드는 데에 성공했고, 연탄으로 만드는 특허도 있다.
커피찌꺼기 연료는 ㎏당 발열량이 최대 5800Kcal로, 높은 편이다. 일반적으로 석탄의 발열량은 ㎏당 6000~8000Kcal 수준이다. 목재나 볏짚에 비해 탄소 함량이 많고 지용성 지방이 많은 커피찌꺼기의 특성 덕이다. 은과 납 등 5대 중금속이 검출되지 않는 등 유해 성분도 거의 없다.
연료뿐 아니라 플라스틱을 대체재로도 활용될 수 있다. 스타트업 포이엔은 커피찌꺼기와 플라스틱 혼합물을 생산한다. 기존에 플라스틱 원료 100%를 썼다면 이 중 20%는 커피찌꺼기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우선은 화분부터 쟁반, 테이블, 전등갓 등을 만들고 있다.
커피찌꺼기로 식품을 만들 수도 있다. 푸드업사이클링 스타트업 어반랩스는 커피찌꺼기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대체육이나 식물성 달걀 및 우유 등의 원료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커피원두 종류에 상관없이 동일한 분량의 커피찌꺼기에서 동일한 양의 단백질을 뽑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2025년에는 일반식품 상품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커피찌꺼기 자원화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현행법상 카페 등에서 나오는 커피찌꺼기는 폐기물로 분류돼 허가받지 않고서는 수거할 수 없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에 따라 커피찌꺼기가 순환자원으로 인정되면 별도 허가나 지정 없이 커피찌꺼기를 운반할 수 있게 된다. 대형 카페 프랜차이즈 외에 소규모 카페에서 나오는 커피찌꺼기의 활용도도 커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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