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현지 시민단체 인터뷰
산림파괴 원인, 바이오연료 ‘팜유’ 수요 급증
유통과정, 환경파괴·인권침해 없는지 검증을
산림 보유국·소비국 모두 책임 의식 필요해
“인도네시아인에게 숲은 자랑거리이자 자부심입니다. 그런 숲이 사라지고 있어요. 인도네시아 숲은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부터 우릴 지켜줄 구세주가 될 수 있습니다(세카르 반자란 아지, Sekar Banjaran Aji 그린피스 인도네시아 활동가).”
인도네시아 산림은 세계 최고의 탄소흡수원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플랜테이션 사업과 대규모 불법 산림 개간 등으로 시름을 겪고 있다. 헤럴드경제는 최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인도네시아 최대 환경단체 왈히(WALHI), 산림지역 인권보호단체 푸사카(PUSAKA) 등을 만나 산림 파괴에 따른 피해와 대안을 들었다.
이들은 우선 인도네시아 산림 파괴의 원인 중 하나로 팜유 산업을 꼽았다. 왈히의 울리(Uli Arta Siagian) 활동가는 “한국을 포함, 전 세계 기업이 바이오 연료 수요로 팜유를 구매하고 있고,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 산림이 희생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세계 각국 정부는 팜유가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 에너지원이라는 데에 찬반이 갈리고 있다. 다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팜유가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할 만큼 충분한 에너지 규모를 갖추려면, 현재로선 부족하다. 더 많은 산림 개간은 불가피하다.
세카르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2025년부터 팜유 의무 혼합비율을 50%까지 높이려 하는데, 이를 위해선 929만ha의 토지가 팜유 농장용으로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남한 면적에 달하는 땅이 추가로 개간돼야 한다는 의미다.
푸사카 재단의 프랭키 삼페란떼(Frangky Samperante) 대표는 “산림 지역에 거주하는 부족에게 숲은 조상과 연결되는 신성한 곳으로 여겨진다. 그런 장소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푸사카에 따르면, 팜유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로 친환경 국제인증인 ‘RSPO(Roundtable on Sustainable Palm Oi)’와 인도네시아 정부가 도입한 인증인 ‘ISPO(Indonesian Sustainable Palm Oil)’ 등이 있다. 그리고 이들 모두 원주민 등에게 자유의사로 개발에 동의하는 ‘자유의사에 의한 사전인지동의(Free, Prior, Informed Consent, 이하 FPIC)’가 기본 조건이다. 이 같은 절차가 있지만 이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는 게 문제다. 울리는 “그전에 원주민들은 자급자족의 삶을 영위할 수 있었지만, 이제 어른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고 아이들은 놀이터를 잃었다. 자급자족의 삶이 노동자의 삶으로 바뀐 것”이라고 전했다.
인식부터 변해야 한다고 이들은 한목소리로 당부했다. 울리는 “산림 보유국과 산림 소비국 모두 책임 의식이 필요하다”며 “관련 기업은 유통 과정에서 환경 파괴나 인권침해 등이 없는지 적극 검증해야 하고, 소비자들도 이 제품이 어떤 유통과정을 거쳤는지 질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카르는 “인도네시아 산림 파괴가 단지 숲만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있는 모든 게 사라진다는 걸 깨닫게 됐다. 이젠 멸종돼 볼 수 없는 다양한 동물들도 그 중 하나”라며 “이젠 우리가 지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자카르타=김상수·최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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