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슈안 토 ‘포레스트 트렌드’ 활동가
합법이냐 아니냐로 따질 문제 아니다
비영리단체, 기업 자발적 노력 유도중
“합법이냐 아니냐만 따져선 산림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어요. 결국 소비자들이 생산국, 생산 기업들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하죠. 베트남 산림에 한국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호주국립대학교(ANU) 정책대학원에 소속된 선임 정책연구원인 푹 슈안 토(Phuc Xuan to·사진)는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비영리단체 ‘포레스트 트렌드(Forest Trends)’에서도 활동 중이다.
베트남은 국토 면적 40% 이상이 산림이다. 생물다양성 보존 등 환경 가치를 위해 엄격하게 보호되는 특수 목적 산림만 해도 600만ha에 달한다. 푹 토 연구원은 “베트남 전쟁 이후 한동안은 목재 수출이 국가 재건을 위한 주요 도구였고, 1990년대까진 대규모 벌목이 일어났다”며 “2000년대 이후론 정부가 산림의 중요성을 깊이 공감하고 있다. 최근엔 연간 20만ha 규모로 산림 면적이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중요한 건 산림 자원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데에 있다. ‘국제산림관리협의회(Forest Stewardship Council, FSC)’ 등 비영리단체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목재를 사용했을 때에만 인증을 부여하는 등 기업의 자발적 노력을 유도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방식이라는 건 ▷천연림 보호 ▷고보전가치 구역의 산림 보호 ▷선주민 권리 보호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한국은 베트남 목재의 주요 소비국이다. 수입량 기준으로 베트남 목재 소비 상위 5개국 중 하나다. 전기 생산에 투입되는 목재 펠릿만 보면 더 압도적이다. 한국은 베트남 목재 펠릿 전체 생산량의 60%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교역량으로 보면 한국이 베트남의 가장 큰 고객이지만, 그 규모에 비해 산림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낮다는 게 푹 토 교수의 냉정한 평가다.
그는 “베트남 정부 입장에서 한국은 가장 중요하고 안정적인 수출 대상국 중 하나이지만, 그에 비해 지속가능성에 대한 요구는 높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선 생산 기업이 자발적으로 인증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이 변화할 수 있는 계기는 정부 정책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푹 토 교수는 내다봤다. 그는 유럽연합(EU)을 예로 들었다. EU는 원산국에서 합법적으로 생산된 제품이라 하더라도, 2020년 말 이후 새로 산림을 파괴하고 조성된 농장에서 생산된 목재라면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법안을 최근 도입했다.
푹 토 연구원은 “단순히 법에 저촉됐느냐 아니냐 문제보다 지속가능성 그 자체가 더 중요하다는 데에 우리 모두 동의할 것”이라며 “한국은 베트남 생산 기업들이 지속가능성까지 신경 쓰게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수·최준선 기자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