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자초한 측면도 크다. 월드컵은 태생적으로 친환경과 거리가 멀다. 대규모 경기장이 곳곳에 건설되고, 전 세계에서 관중이 특정국에 몰려든다. 오히려 카타르는 다양한 측면에서 기존 월드컵보다 더 친환경에 혹독한 조건이다. 그럼에도 피파는 친환경 월드컵을 대대적으로 내세웠고, 이는 세계 곳곳 환경단체 및 전문가의 반발을 샀다. 차라리, “세계인의 축제이지만 지구엔 미안하다”고 고백했다면 어땠을까.
축구팬이라면 월드컵이란 축제가 환경 측면에선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한 번쯤 알아둘 필요가 있다. 축제의 대가, 최소한의 책임감 차원에서다.
361만1034t
피파가 공개한 ‘온실가스 산정 보고서(Greenhouse gas accounting report)’에 따르면, 이번 월드컵을 통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총 361만1034t으로 추정된다. 쉽게 감이 오지 않는다. 1ha(헥타르)의 산불이 나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약 54t. 이번 월드컵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6.6만ha의 산불이 났을 때와 같다. 여의도(260ha)의 256배 크기다.
자동차 1대가 1년 동안 내뿜는 이산화탄소(4.5t)로 보면, 이번 월드컵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자동차 80만대가 1년간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다. 30년생 소나무 한 그루가 한 해 이산화탄소를 6.6kg 흡수하는데, 이번 월드컵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모두 상쇄하려면 이 같은 소나무 5억그루 이상이 필요하다.
요인별로 보면, 여행에 따른 배출량(176만t)이 51.7%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카타르 월드컵 때 선수 및 조직위원과 관람객 대부분이 항공기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월드컵 주최 측이 예상한 월드컵 방문객 규모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실제 방문객 수치 등을 바탕으로 이를 추정했다. 카타르의 지역적 특성상 전체 방문객 중 카타르 내에서 움직이는 인원(26%)이나 일부 인근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방문객들은 항공기를 이용할 것으로 봤다. 예상 방문객 중 대륙별로 가장 비중이 큰 건 유럽(23%)이다.
여행에 이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큰 분야는 숙박(72.8만t)으로 20.1%를 차지했다. 영구 경기장 건설이 65.4만t으로 18%, 임시시설 공사가 16.2만t으로 4.5%를 기록하는 등 여행과 숙박, 시설 공사가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94.3%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피파는 홈페이지를 통해 카타르 월드컵의 탄소배출 저감 활동 등을 소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태양열 발전소다. 경기장 지붕에 거대한 태양열 전기판을 설치하는 등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대대적인 태양열 설비를 구축했다. 전기 버스 충전을 목적으로 버스 정류장에 대형 태양열 패널을 설치하기도 했다.
라스 아부 아부드 스타디움은 ‘974 스타디움’으로 불리는데, 이는 화물 컨테이너 974개로 완성된 경기장이기 때문이다. 컨테이너는 강철로 제작됐으며, 경기 후엔 이를 해체해 재활용하겠다는 게 주최 측의 구상이다.
카타르 현지에서 또 하나 화제를 낳는 게 대규모 조경이다. 카타르는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약 1만6000그루의 나무와 67만9000그루의 관목을 준비했다. 120만㎡ 규모의 잔디도 마련했다. 주최 측은 “식물이 성장하는 동안 자연스레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되고 외부가 아닌 현지에서 묘목을 키우면 운송 과정의 배출량 등도 줄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린워싱 논란
핵심은 이 같은 분석과 대안 등을 근거로 이번 카타르 월드컵을 ‘탄소중립 월드컵’이라 홍보하는 데에 있다. 실제 카타르 월드컵 주최 측도 이번 월드컵을 최초의 탄소중립 월드컵이 될 것이라고 공약하기도 했다. 월드컵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상쇄하고, 갖가지 대책을 통해 탄소절감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벨기에의 ‘카본마켓워치(Carbon market watch)’는 최근 ‘부실한 태클, 2022 피파 월드컵의 탄소중립 선언에 대한 옐로 카드(Poor tackling, Yellow card for 2022 FIFA World Cup’s carbon neutrality claim)’란 보고서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 추정치부터 잘못됐다고 정면 비판했다.
보고서는 경기장 건설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실제와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카타르엔 총 7개의 새로운 경기장이 생겼고 이 과정에서 총 65.4만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데, 그 중 60% 이상인 43만t이 ‘974 스타디움’ 한 개 경기장 몫이다. 나머지 6개 구장을 합친 배출량보다 2배 이상 많다. 얼핏 봐도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결과다. 친환경 사례로 주목받는 경기장이 오히려 다른 경기장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이유는 이산화탄소 배출 산정 기준에 있다. 피파는 이번 월드컵 경기 일수(46일)와 2019·2020년 클럽 월드컵 경기일수(각 12일) 등을 기준으로 이번 월드컵 배출량을 계산했다. 즉, 경기장을 건설하는 데에 배출량이 100이라면, 이 경기장의 예상수명 중에서 월드컵 경기일수에 해당하는 비중만 배출량으로 계산한 것. 예를 들면 이런 논리다. 월드컵 경기장을 짓고서 이 경기장은 40년간 쓰일 건물이니, 전체 발생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월드컵의 몫은 40년 대비 경기일수에 해당하는 몫뿐이라는 식이다.
‘974 스타디움’은 경기 후 바로 철거되니 예상수명 자체가 월드컵 경기일수가 된다. 신축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온전히 반영된 건 ‘974 스타디움’ 뿐인 셈이다.
이 같은 계산은 향후에도 ‘974 스타디움’을 제외한 6개 경기장이 온전히 활용된다는 걸 전제한다. 카본마켓워치는 이마저도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향후 계획을 보면 여자축구 대표팀 홈구장으로 쓰이거나 지역팀의 구장으로 쓰인다고 하지만, 2만석을 채울 만큼 유지가 될지 확실치 않다”고 밝혔다. 또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신규 경기장이 건설됐지만 한 경기장은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으며, 다른 경기장은 버스 주차장으로 쓰인다”고 덧붙였다.
‘974 스타디움’을 두고도 “경기장을 철거 후 어떻게 쓰일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고, 먼 곳으로 이동하면 배송 과정에서 오히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탄소중립 방안으로 도입한 대규모 조경사업도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보고서는 “실질적인 탄소절감 효과를 얻으려면 이들 나무와 잔디가 최소 200년 동안 생존해야 하는데 인공적으로 조성한 잔디 등이 그렇게 생존한 가능성은희박하다”고 밝혔다.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 추정치가 피파의 추정치보다 3배 이상 많을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BBC에 따르면, 마이크 버너스리 영국 랭커스터대 교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000만t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영국 맨체스터대의 케빈 앤더슨 교수도 “피파의 주장이 심각한 오해의 소지가 있고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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