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ㆍ스트리밍ㆍ숲 조성까지 ‘에코’ 향한 외침
“음원 스트리밍때 온실가스 배출”
음악산업계에 행동하는 양심 요구
친환경·디지털 음반 제작 등
YG·FNC·하이브 등 발빠른 변화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3년 사이 내놓은 신작 음반은 한 해 평균 세 장이다. 정규는 물론 싱글, 미니앨범 등 다양한 형태의 앨범을 포함한 수치다. 여느 K팝 가수들의 한 해 활동 지표와 다르지 않다.
K팝 팬덤이 만든 기후위기 대응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Kpop4planet)’에 따르면 가수의 컴백 시기에 팬들은 하루 평균 5시간 이상 스트리밍(streaming·인터넷에서 음성·영상 등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기술) 서비스로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재생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상당하다. 1시간 음악 스트리밍은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2.5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스포티파이·애플뮤직은 ‘친환경 음원’, 한국은?=실물 음반은 구매해도, 음악은 ‘디지털’로 듣는 시대다. 음악을 재생할 때마다 스트리밍 서비스 데이터 센터에선 사용자의 기기까지 매번 음악 데이터를 전송한다. 이 과정에서 화석연료가 사용, 탄소 배출로 이어진다.
영국의 탄소 저감 관련 비영리기관 카본트러스트(The Carbon Trust)에 따르면 음악이나 동영상 등 미디어를 1시간 스트리밍 할 때 55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일회용 플라스틱컵 한 개의 탄소 배출량은 23g이다. 심지어 스트리밍 서비스로 1시간 동안 음악을 듣는 것은 플라스틱 빨대 40개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수치다. 플라스틱 빨대는 한 개당 1.45g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케이팝포플래닛의 이다연 활동가는 “5시간 이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들으면 플라스틱, 비닐 포장으로 된 실물 음반 한 장의 탄소 배출량보다 더 많은 양이 배출된다”고 말했다.
음악 스트리밍 제공 업체가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친환경 데이터 센터’ 구축하고, 이 센터에서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면 기후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 부분 감소한다. 세계 최대 음악 플랫폼인 스포티파이를 필두로 애플뮤직, 유튜브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친환경 데이터 센터를 통해, 기후 영향을 줄이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2019년부터 기존 데이터 센터에서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콘텐츠를 전환,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애플뮤직은 아마존 웹 서비스를 이용, 전체의 65%를 재생 에너지로 상용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한 데이터 센터를 갖춘 곳이 거의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과정 자체가 ‘기업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호소한다. “구글, 애플 등이 위치한 미국과 유럽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0~60%대에 이르지만, 한국은 5.8%에 그친다”며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멜론 관계자는 “멜론이 속한 카카오는 아직 자체 데이터센터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2023년 준공을 목표로 친환경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고 밝혔다.
▶‘K팝 산업’ 지형 흔드는 Z세대 팬덤=Z세대를 중심으로 한 K팝 팬덤의 다양한 목소리는 K팝 산업을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초 생긴 케이팝포플래닛은 그간 여러 활동을 통해 K팝 산업계에 책임감 있는 활동을 요구했다. ‘죽은 지구에 K팝은 없다’는 캠페인을 시작으로 대형 기획사와 K팝 아티스트, 팬덤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에 앞장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K팝 팬덤’의 기후행동은 보다 확장하고 있다. 이들은 향후 K팝을 넘어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생각이다. 올 하반기엔 좋아하는 가수의 이름을 딴 숲을 조성하는 K팝 팬 문화를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이다연 활동가는 “숲 조성을 넘어, 심어진 숲을 입양해 삼림 파괴로부터 보호하는 캠페인을 시작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K팝의 주요 팬층으로 자리하고 있는 Z세대는 “다양한 정치, 사회, 국제 이슈에 대한 관심으로 세계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K팝 스타에게 목소리를 내라”(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요청을 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K팝의 주요 팬층인 Z세대 팬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며 변화하고 있다.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소속된 하이브와 YG엔터테인먼트, FNC엔터테인먼트 등을 중심으로 친환경 음반이 제작되고 있다.
하이브에선 방탄소년단 멤버 제이홉의 첫 솔로 음반을 실물 음반이 아닌 QR코드를 인식해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앨범’으로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하이브는 지난 3월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했고, SM은 지난 5일 유엔글로벌콤팩트에 가입하는 등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JYP는 K팝 업계 최초로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캠페인인 한국형 RE100을 이행하고 있다.
음악 산업계에서도 현재의 여건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으로 친환경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멜론에선 내가 응원하는 아티스트의 이름으로 숲을 조성하는 ‘숲;트리밍’을 진행 중이다. K팝 팬덤의 중요한 팬 문화를 함께 하며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음악 생태계 조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니뮤직의 모회사인 KT는 RE100에 가입했다.
업계에선 K팝 팬덤의 기후행동이 앞으로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단순 활동가가 아닌 K팝을 직접 소비하는 주체인 팬덤이 주축이 된 만큼 엔터테인먼트 사는 물론 유관 업계에서도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며 “과거와 달리 지금의 K팝은 팬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함께 발 맞춰 가야하는 때가 됐다. 공정성 지수가 높고, 사회 참여를 강조하는 Z세대 팬덤의 목소리로 인해 업계에서도 다양한 고민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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