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최근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하려는 활동가들이 세계적 명화에 음식물을 뿌리는 시위를 잇달아 벌이고 있다. 환경 문제 대응에 미온적인 각국 정부와 기업, 소비자에 충격을 주기 위한 목적이지만, 극단적이고 위험한 시위 전술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최근 CNN 방송 등에 따르면, 환경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Just Stop Oil) 운동가들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오전 런던 마담투소 박물관에서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밀랍 인형에 초콜릿케이크를 던지는 시위를 벌였다. 저스트 스톱 오일은 영국 정부에 신규 석유·가스 프로젝트 허가 중단을 촉구하는 환경 단체다.
단체 이름이 쓰인 티셔츠를 입은 두 명의 활동가는 찰스 3세 부부와 윌리엄 왕세자, 케이트 왕세자빈 등 영국 왕실 가족들이 함께 웃고 있는 모습의 작품 앞에 서서 찰스 3세 밀랍 인형 얼굴에 케이크를 통째로 짓이겼다. 이들은 이어 “우리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 우리 모두의 유산인 이 푸르고 쾌적한 땅을 보호하기 위해 여기에 서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들 단체는 지난 14일에도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빈센트 반 고흐의 1888년 유화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끼얹는 시위를 벌인 바 있다. 활동가 중 한 명은 이 자리서 “예술이 생명, 식량, 정의보다 중요한가”라고 말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이번에 타깃이 된 고흐의 '해바라기'는 8420만달러(약 1200억원)의 가치를 갖는다.
저스트 스톱 오일 활동가들은 지난 지난 7월에는 내셔널갤러리에 전시된 레오나르도 다빈치 ‘최후의 만찬’ 복제본과 존 컨스터블의 ‘건초 마차’ 그림 테두리에 접착제로 손바닥을 붙이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저스트 스톱 오일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같은 시위 활동의 배경에 대해 아래처럼 설명하고 있다.
세계적 예술 작품을 훼손하며 환경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단체는 비단 저스트 스톱 오일 뿐만이 아니다. 지난 23일에는 독일 포츠담의 바르베리니 박물관이 소장한 프랑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의 작품에 ‘마지막 세대(letzte generation)’라는 이름의 환경단체 운동가들이 으깬 감자를 끼얹는 사건도 벌어졌다. 모네의 건초더미는 지난 2019년 경매에서 당시 모네의 작품 중에서는 가장 높은 금액이었던 1억1100만 달러(약 1596억원)에 낙찰됐다.
마지막세대는 트위터에 시위 장면을 공유하면서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과정이 우리 모두를 죽이고 있다는 것을 사회가 기억하는데 그림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그림 위에 으깬 감자를 줄 것"이라고 썼다. 이들은 앞서 홈페이지를 통해 독일연방정부를 대상으로 아래 내용처럼 요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