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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9·6...9와 6의 무한반복, 자원순환의날 아세요? [2022 연중기획 지구무죄 인간유죄-⑨9월6일은 자원순환의 날]
2022.09.02

여전히 폐기물과 섞여 버려지는 투명페트병의 울음
주택가 분리배출요일제 시행 9개월째
주민 대부분 이런 제도 있는지도 몰라
‘재활용의 상징’ 단어가 무색한 현실
수거·선별업체 역할 업그레이드할때

 

캡처.JPG

 

오는 6일은 ‘자원순환의 날’이다. 폐기물도 소중한 자원이란 목표하에 2009년 환경부가 제정한 날로, 생활 속에서 자원순환의 소중함을 깨닫자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9월 6일의 숫자 ‘9’와 ‘6’은 서로 거꾸로 한 숫자로, 순환을 의미한다. ▶관련기사 4면

 

자원순환이 중요한 폐기물을 꼽자면 투명페트병이 있다. 투명페트병은 ‘돈’이다. 잘 모으고 재활용하면 옷이나 시트 등에 쓰일 섬유가 되고, 나아가 소주병이나 맥주병처럼 다시 페트병으로 쓰는 ‘보틀 투 보틀(Bottle to Bottle)’도 가능하다. 투명페트병의 운명은 양극단으로 치닫는다. 수백년간 썩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되거나, 귀한 돈이 되거나.

 

헤럴드경제는 자원순환의 날을 맞아 투명페트병 자원순환 생태계를 따라가 봤다. 배출, 수거, 선별 과정마다 순탄치 않았다. 주택가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요일제는 시행 9개월째다. 직접 만난 주민 대부분은 제도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 배출 현장도 예상된 수순이었다. 요일제와 무관하게 온갖 플라스틱 쓰레기와 투명페트병은 뒤섞였다. 애써 분리배출해도 수거 과정에서 다시 섞이는 일이 다반사다. 수거업체도 이유는 있다. 어차피 선별장에서 섞인다고 했다. 왜 굳이 돈과 시간을 들여 투명페트병만 따로 수거하느냐고 토로했다. 이제 화살은 선별업체로 넘어간다.

 

선별장은 왜 투명페트병을 다른 폐기물과 섞을까? 별도 선별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별도 시설을 갖춘 곳은 전체 선별장의 20%도 채 되지 않는다. 선별업체는 투자에 망설인다. 1억원 이상 투입해야 하는데, 소위 돈이 될지 의문이다.

 

이미 시설 투자한 민간 선별업체를 만나봤다. 격분을 쏟아냈다. 떠밀리듯 시설을 갖췄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가동할 투명페트병 물량이 부족하다. 1억5000만원짜리 설비는 먼지만 쌓인다고 토로했다.

 

소비자들은 혼합하는 수거 방식이 문제이고, 수거업체는 선별장 혼합이 문제다. 정작 선별장에선 투명페트병 배출 부족을 호소한다. ‘소비자→수거업체→선별업체→소비자’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여기까지가 현실이다. 그래도 가능성은 있다. 어느 하나만 바뀐다면 그 영향은 생태계 전체로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분리배출이 잘 돼 투명페트병 물량이 늘면 선별업체는 규모의 경제가 생긴다. 투자 동력이 생긴다. 선별업체가 투자해 별도 설비를 갖추면 수거업체는 투명페트병을 선별 수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투명페트병만 제대로 수거된다면 소비자도 더 신경 써서 분리배출하게 된다.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홍보와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할지, 무엇이 가장 시급한지 말하기 어려울 만큼 단계마다 보완이 필요하다”며 “턱없이 부족한 선별시설을 늘리면서 쓰레기를 집중 수거해 별도 선별시설에 효과적으로 이송할 수 있는 방식도 고민해야 한다. 보증금제 등 생산자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상수·최준선 기자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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