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co포럼서 연설…부산대 ICCP 단장 악셀 팀머만
해수온 0.7도 상승·해수면 22㎝ 상승…‘바다의 경고’
해양 산성화도 심각…바다를 회복시키는 기술은 없어
언젠가 기후위기 대응할 수 있다는 식의 접근 ‘환상’일 뿐
탄소중립 목표 달성하려면 지금부터 편리함 포기해야
한국, 스마트 기술·녹색 수소 세계적인 리더 가능성
NDC 상향·탄소세 도입·전력관리 분산 등 정책 제안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건 충분히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는 공원에서 산책하는 수준이 아니죠. 아이들의 삶, 생명을 위해 우리의 편리함을 희생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악셀 팀머만(Axel Timmermann) 부산대 ICCP(기후물리연구단) 단장은 세계적인 ‘해양 과학자’다. 특히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위기를 과학적 시각에서 접근, 분석하고 전망하는 데에 일생을 바쳤다. 2017년부턴 한국과 인연을 맺고 부산대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 근무 중이다.
그는 기후위기에 인류가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 ‘공짜’는 없다. 우리의 생활 방식을 바꾸고 편리함을 포기하는 희생정신이 전제조건이다.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 조정,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탄소세 도입 등 한국 정부에도 친환경 정책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오는 26일 서울 노들섬에서 열리는 제2회 ‘H.eco포럼’(헤럴드환경포럼)에 연설자로 참여, 해수온 상승이나 해양 산성화에 따른 해양 생태계 위기를 설명할 예정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팀머만 단장은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Where there is a will, there’s a way)’가 인생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 가능성에 대한 답변과 관련해서다. 그는 “(2050 탄소중립 목표가) 달성 가능하다”고 단언했다. 뜻만 있다면 길은 반드시 있다는 인생 철학의 연장선이다.
다만, 쉬운 길은 아니다. 그는 “공원에서 산책하는 수준이 아니며 우리의 편리함을 어느 정도 희생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지구온난화, 해수면 상승을 가속화하고 식량 불안정성을 높여 아이들에게 완전히 착취된 환경을 물려주는 게 현재 우리의 생활 방식”이라며 “현 세대의 무책임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205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진정한 우리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재차 꼬집었다.
그는 현재가 아닌 언젠가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는 식의 접근은 “환상을 이어가는 것(maintaining the illusion)”이라고 비판했다. 미래세대를 위해 지금 당장 우리의 일상을 탈탄소화하고, 에너지를 아끼는 실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해수온 상승·해양 산성화, 바다의 경고=해양과학 분야의 세계 석학으로서 팀머만 단장은 그 누구보다 일선에서 ‘바다의 경고’를 접하고 있다. 그는 “바다 표면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0.7도 가량 높아졌는데 이 때문에 해양 폭염과 산호 백화(산호가 하얀색으로 변하는 현상)가 심해지고 있다. 해수 열팽창, 빙하 유실 등으로 지구 해수면도 이미 22㎝ 상승한 상태”라 고 지적했다.
해양 산성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팀머만 단장은 “바다의 산도가 점점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인류가 발생시킨 이산화탄소를 바다가 흡수해 생긴 직접적인 변화”라며 “해양 산성화는 해양의 유기체들을 석회화시킨다”고 우려했다.
바다를 회복시킬 수 있는 기술력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현 인류의 기술력으론 해수온 상승이나 해양 산성화 원인을 분석하고 추이를 전망하는 게 최선. 한번 망가진 바다를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이건 과학이 아닌 자연의 영역이다. 마치 고장 난 가전제품 수리하듯 마음먹으면 바다도 수리할 수 있다고 여긴다면 큰 착각이다. 팀머만 단장은 고심했다. “지금 직면한 바다의 변화는 이미 수백년에 걸쳐 인류가 만들어낸 것으로 되돌릴 수 없습니다. 사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기후위기와 과학, 경고를 예측하다=이미 파괴는 심각한 수준이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다. 팀머만 단장은 과학자로서 과거·현재·미래의 기후변화를 분석·전망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인다. 경고를 예측하고 최대한 인류가 해야 할 일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는 독일 막스플랑크 기상학연구소·함부르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네덜란드 박사후연구원, 독일 킬대학 해양과학연구소 연구팀장, 국제태평양연구센터(IPRC) 및 하와이대 해양학과 정교수 등을 거쳐 2017년부터 부산대 IBS에서 기후물리 연구단(ICCP) 단장으로 활동 중이다.
IBS센터는 ▷빙하와 미래 해수면 상승 영향도 시뮬레이션 ▷대기·해양 및 생태계의 사전 예측 시스템 개발 ▷기후변화에 따른 감염병 확산 영향력 추정 작업 ▷기후변화와 인간 유전적 다양성의 관계 등을 연구하고 있다. IBS센터 내엔 슈퍼컴퓨터 알레프(aleph)도 있다. 알레프가 수행한 작업 중 85%가 IBS센터 업무일 만큼 IBS의 핵심 기술력이다. 초고속 슈퍼컴퓨터로 고해상도의 지구온난화 시뮬레이션, 지질시대 기후 시뮬레이션 등을 수행할 수 있다. 팀머만 단장은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이 기후변화와 무관했다는 사실이나 지구가 가열되면서 열대성 저기압 숫자가 줄어들고 더 강렬한 태풍의 증가로 이어지리란 전망 등이 알레프의 연구 성과”라고 소개했다.
▶“韓 정부, NDC 상향해야”=작년 11월에 열린 제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한국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0% 감축하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발표했다. 이와 관련, 팀머만 단장은 “올해 이집트에서 열리는 COP27에선 이 목표를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2030년까지 2018년 수준보다 40%를 감축하겠다는 한국의 목표는 국제적으로 볼 때 아직도 ‘매우 불충분’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원자력에너지 활용 여부와 관련해선, “폐기물 처리 등 원전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다. 원자력에서 장기적 미래를 보기 힘들다.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곧 출범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정부에도 각종 친환경 정책 제안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탄소세 배당 시스템 도입, 화석연료 투자 중단, 비트코인 채굴 규제, 가정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의 과감한 감세 조치, 대규모 풍력 발전단지 규제 완화, 녹색 수소 기술 투자, 전력 관리 분산 등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스마트 기술이나 녹색 수소 기술에서 세계적인 리더가 될 수 있다. 탄소세 등을 활용해 이런 산업을 적극 지원한다면 에너지 부문에서 뜻 깊은 진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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