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컵을 쓰려면 보증금(300원)만큼 값을 더 지불해야 한다. 업주는 이에 필요한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보증금을 지불한 소비자는 다시 그 컵을 반환해야만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테이크아웃에서 1회용컵 대부분이 쓰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1회용품 절감책이 될 수 있다.
텀블러 사용으로 체감할 혜택 폭도 커진다. 이미 스타벅스를 비롯, 주요 프랜차이즈 매장에선 텀블러 휴대 할인이 제공 중이다. 보증금까지 감안하면, 텀블러 휴대 고객과 1회용컵 사용 고객 간 결제 금액 차이는 700원(400원 텀블러 할인+1회용컵 보증금 300원, 스타벅스 기준)까지 벌어진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6월 이후 보증금제를 적용하더라도 현재 텀블러 할인은 지속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선 불편할 수밖에 없다. 1회용품 절감 효과가 큰 만큼 반발도 클 전망이다. 매장 내 1회용컵 사용 금지 등과는 차원이 다른 반발이 예고된다. 보증금제는 과연 온전히 실행될 수 있을까? 이제 2개월여 남았다.
매장 내 1회용컵 금지, ‘반쪽 규제’로 유명무실화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시행한 매장 내 1회용컵 사용 금지를 ‘계도·안내’ 수준으로 조정하면서 “코로나 19로 1회용품을 쓰길 원하는 소비자와 매장 간의 갈등”을 이유로 들었다. 물론, 매장 내에서도 1회용품을 원하는 고객이 많을 수 있다. 과연 코로나19 때문일까? 인근 소형 커피전문점 업주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대형 프랜차이즈는 이미 매장 내에선 머그잔을 사용 중이다. 소규모 커피점 역시 매장 내 사용에선 머그잔이 널리 쓰이고 있다. 수차례 예고한 제도를 유예할만큼 갈등이 심각할 사안은 아니란 의미다. 시행착오는 있겠지만, 어느 시점에 시작하더라도 일부 반발은 당연히 겪어야 할 성장통에 가깝다. 하지만 결국 정부는 이런저런 반발에 한발 물러섰다. 과태료 부과 시점은 코로나 19 상황이 개선된 이후라고 밝혔다.
매장 내 1회용컵도 난항인데, 보증금제 과연 가능할까?
6월부터 시행될 보증금제는 앞선 매장 내 1회용컵 금지 등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미 머그잔이 널리 자리 잡은 매장 내 사용과 달리 보증금제는 1회용컵을 주로 쓰는 테이크아웃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소비자로선 보증금 가격도 추가 지불해야 한다. 구매한 보증금 컵을 반환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업주는 보증금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비용도 들어가고 품도 들어가고 문화도 바뀐다. 1회용컵 사용 방식의 대전환이다. 당연히 반발도 클 수밖에 없다.
고객은 사용 후 해당 컵을 105개 브랜드 어디에서든 반납할 수 있으며, 보증금은 계좌이체나 현금 지급 중 원하는 방식으로 돌려받는다. 보증금을 중복해 취득하는 행위 등을 막고자 각 컵에는 별도 라벨이 붙어 있다. 반환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조치이며 컵 표면엔 위·변조 방지 스티커도 부착된다.
사업자 입장에선 손해만 볼까? 일단 보증금은 사업자가 지불하는 개념이 아니다. 매장에서 모은 보증금은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로 납부되며, 보증금을 지불할 땐 이 센터에서 앱 등을 통해 소비자에 지불하는 구조다. 현금으로 지불할 경우에도 센터가 1일 단위로 개별 정산해준다. 정리하면, 보증금은 고객과 관리센터 간 오가는 거래이며, 매장은 일종의 창구 역할인 셈이다.
보증금제를 적용할 브랜드는 사실상 대부분 프랜차이즈가 포함된다. 전체 명단은 아래와 같다.(가나다 순)
현재 연간 음료에 사용되는 1회용컵은 28억개로 추산된다. 이 중 이번 보증금제 적용을 받는 컵은 23억개에 이른다. 본인이 사용한 컵은 물론, 길거리에 버려져 있는 컵도 주워서 반납해도 보증금을 챙길 수 있다. 당연히 회수율은 크게 향상되고, 1회용컵의 재활용 확대 및 사용량 감소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돈을 내고 받는 과정이 불편한 만큼 오히려 가장 이득인 건 텀블러를 휴대하는 것. 이미 텀블러 휴대 할인(300~400원)도 있기 때문에 6월 이후부턴 텀블러 휴대한 고객과 보증금제 1회용컵을 구매한 고객 간 결제 가격이 600~700원까지 차이날 수 있다.
2개월 남았다
이제 제도 시행까진 2개월가량 남았다. 매장 내 1회용컵 사용 금지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규모가 큰 제도다. 그만큼 1회용품 절감 효과도 소비자 반발도 클 수밖에 없다.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차기 정부의 의지도 중요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당시 테이크아웃까지 1회용품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은 헤럴드경제와 그린피스가 공동 진행한 환경 분야 공약 질의에서 “소비자 부담이 높아지는 걸 감수하더라도 테이크아웃이나 배달 등까지 1회용품 무상 제공을 원천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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