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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에 쓰레기 봉투를 든 이들, ‘엠제코(MZ+ECO)’ 플로깅 동행기 [지구, 뭐래?]
2022.03.25

석촌호수·한강공원 플로깅 동행 취재
가는 곳마다 쓰줍人 수십명…90%가 MZ
“환경에 대한 걱정 나누며 서로에게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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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꽃샘추위와 함께 비까지 내렸던 지난 20일 오전. 서울 잠실 석촌호수의 한 정자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 손엔 쓰레기로 가득 찬 비닐봉투를, 다른 한 손에는 집게를 들고 있었다. 환경미화원도 봉사 활동에 나선 시민단체도 아니다. 조깅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 이른바 ‘플로깅’을 하고자 자발적으로 일요일을 반납한 이들이다.

 

참가자 대부분은 20~30대였다. 플로깅하며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났다는 10대 학생, 여자친구 손에 이끌려 처음 플로깅에 참여해봤다는 30대 남성, 달리기 동호회를 운영하고 있다는 30대 초반 인플루언서, 아이를 목말 태우고 등장한 젊은 부부. 왜 MZ세대는 주말을 할애하면서까지 쓰레기 줍기에 나서는 걸까. ‘엠제코(MZ+ECO)’의 목소리를 동행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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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처럼 여행처럼, MZ세대의 환경운동


플로깅 단체 ‘와이퍼스(wiperth)’가 주선한 이날 행사는 송파구(석촌호수), 서초구(반포한강공원), 영등포구(여의도공원) 등에서 이어졌다. 이날 3곳에 모인 참가자들은 총 120여명. 그 중 MZ세대가 90%로 대부분이었다.

 

주말에 모인 이들은 환경 집회나 운동 등과는 거리가 멀었다. 진지하거나 심각할 것이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와이퍼스의 운영자 황승용(37) 씨가 목표 쓰레기 수거량을 말하자, 참여자들은 “목표치를 가볍게 넘어주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1m가량 되는 폐 배수관을 발견해낸 한 어린이는 의기양양한 표정이다. 마치 게임을 즐기듯, 여행이라도 나온 듯 행사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정은서(34) 씨는 코로나 사태 이후 플로깅을 시작했다. “코로나 이후 너무 많아진 쓰레기를 보고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느껴 플로깅을 하게 됐습니다. 요즘엔 어딜 가나 저희처럼 쓰레기를 주우시는 분들을 보게 되는데,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을 동참하게 하는 것 같아요.”

 

같이 할 수 있다는 것도 플로깅의 장점. 임소영(31) 씨는 “예전부터 혼자 플로깅을 시작했었는데, 혼자서 줍기엔 쓰레기가 너무 많았다. 한 번에 다 주워버리고 싶어 플로깅 모임에 나오기 시작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임 씨는 달리기 모임(러닝크루)를 운영하고 있는 SNS 인플루언서로, 기존 모임에서도 ‘플로깅 전도사’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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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깅 모임에서 친구를 사귀었다는 류하은(19) 양은 “환경에 대해 함께 공부할 수 있고, 또 서로 가치관을 응원해주는 이들과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더 행복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안혜진(22) 씨도 “가장 기쁜 건, 그렇게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좋은 관계를 만들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 위기엔 국경도 없다. 반포 한강공원에서 열린 플로깅 행사엔 벨기에 출신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와 그가 설립한 ‘발런티어 코리아(Volunteer Korea, 주한외국인봉사자센터)도 참여했다. 30여명의 외국인도 이날 같이 한강에서 쓰레기를 주웠다. 이들 역시 대부분 20~30대였다.

 

환경에 관심 갖게 된 이유는 모두 비슷했다. 국경이 무의미한 전 세계 MZ세대의 동일한 위기의식이다. 줄리안은 “패션쇼에 참여했던 어느 날, 단 1시간 동안 진행된 쇼 하나로 레드카펫 등 수많은 물건이 버려지는 것을 보고 ‘나 하나로 바뀌겠어’ 하는 기후 우울증에 걸렸었다”며 “하지만 주변에 많은 사람이 실천하는 모습을 보고 힘이 나기 시작했다. 나 혼자 다 할 수 없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기성세대도 변하고 있어요”, 엠제코의 기대


이들은 기성세대의 변화를 촉구했다. 이전 세대가 자원을 남용한 결과를 미래 세대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정작 관심 갖고 먼저 나서는 건 MZ세대. 이 같은 세대 갈등을 해소하는 건 결국 기성세대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이들은 긍정적인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직접 플로깅에 나서면서 체감한 기성세대의 변화들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고생많다”며 칭찬해주시는 어르신이나, 멀리서 직접 쓰레기를 들고 와 봉투에 같이 담아주는 부모세대를 어렵지 않게 만난다”고 했다.

 

황 씨 역시 “현재는 플로깅 모임이 20~30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 단체 채팅방에서 활동하는 타지역 분들을 보면 초등학교 아이들을 둔 어머님 등 기성세대 분들이 주도하는 모습도 점점 많아지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줄리안도 “요새 젊은 사람들이야 SNS를 통해서 여러 기회를 접하지만, 기성세대는 이런 활동이 있는지조차 잘 모르고 있을 수 있다”며 “실제 활동하다 보면 어르신들이 다가와 ‘뭐 하는 거예요’ 물어보기도 한다”고 전했다.

 

누군가 이틀에 걸쳐 버린 쓰레기, 한 시간에 치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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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플로깅 참석자들이 주운 쓰레기의 종류는 다양했다. 담배꽁초나 컵라면 용기, 맥주 캔은 기본이고, 개봉조차 하지 않은 와인병과 스테인리스 밥공기까지 발견됐다. 누군가 한강변에서 여유를 즐긴 뒤 미처 수 거하지 않은 양심이다.

 

석촌호수, 반포한강공원, 여의도공원 등 세 곳에서 주운 쓰레기는 총 230㎏에 달했다. 참가자가 약 120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1명당 2㎏에 육박하는 쓰레기를 치운 셈이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20년 기준 국민 1인당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일평균 1.22㎏. 1시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누군가 이틀에 거쳐 버린 쓰레기를 한 사람이 치워냈다.

 

황 씨는 “지난번에 와서 주웠을 때에도 한강사업본부가 ‘그렇게 많이 나올 수 없다’며 안 믿으셨는데, 오늘은 그것보다 50% 이상 더 주웠다. 이제 다들 쓰레기가 어디 있는지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였다면 흘러 흘러 해변으로 이동할 쓰레기였다”며 “나중에 해변으로 플로깅을 가면, 오늘 우리가 주운 만큼 쓰레기가 줄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우리가 한 일에 자부심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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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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