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이전만 해도 외국 관광객이 가득했던 망원시장. 한류 유명 관광코스다. 코로나 사태 이후 외국인 발걸음은 뜸하지만, 여전히 지역주민과 관광객으로 활기 넘치는 곳이다. 가수 육중완을 비롯, 유명 연예인이 애용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망원시장 내에선 총 88개 상점이 있다. 이 망원시장이 작년 5월부터 이어가는 캠페인이 있으니, 이름은 ‘용기내! 망원시장’이다. 전국 전통시장 중 가장 먼저 ‘용기(容器)내 챌린지’를 공식 도입한 시장이 바로 망원시장. 불필요한 포장 쓰레기를 줄이려는 소비자가 직접 장바구니나 다회용기 등을 가져가면 상인이 비닐이나 일회용 포장재 대신 이를 써서 쓰레기를 줄이는 운동이다.
다회용기 2개, 장바구니를 챙기고 망원시장을 방문했다. 먼저 ‘틈새전’. 동그랑땡과 깻잎전이 유명한 곳이다. 용기를 내밀고 이것저것 섞어 주문했다. 흔쾌히 용기를 받아들더니 알뜰 담아준다.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쿠폰 챙겨가세요”라며 쿠폰을 받았다. 통상 전을 주문하면, 스티로폼 받침대에 랩으로 포장한 뒤 이를 다시 비닐로 담아준다. 이 모든 포장재 대신 받은 게 ‘용기내! 망원시장 쿠폰’이다.
다음은 떡볶이집. 마찬가지로 용기를 내밀고 포장을 부탁했다. 거부감 전혀 없이 흔쾌히 떡볶이를 담아줬다. “뜨거워 갖고 다니기 어려우니 다음부터는 스테인리스 말고 실리콘 용기 등으로 챙겨오라”는 애정 담긴 조언(?)은 덤.
모은 쿠폰은 망원시장 내 위치한 상인회로 가서 교환할 수 있다. 쿠폰 1장당 10리터 종량제 쓰레기 봉투 1장과 교환된다. 상인회에 가서 몇 장을 받아가는지 간단히 메모만 하면 끝. 쿠폰을 15장, 25장, 30장을 모으면 글라스락 유리용기로 바꿀 수도 있다. 이렇게 공짜로 종량제 봉투를 챙겼다.
망원시장은 유명 제로웨이스트 상점 알맹상점이 인근에 있는 곳이다. 작년 이 캠페인을 시작하기 전부터 망원시장에선 알맹상점 활동가 등을 중심으로 용기내 캠페인이 진행돼 왔다. 전국 최초로 망원시장에서 용기내 챌린지가 공식 도입된 것도 하루아침에 이뤄진 일이 아니다.
망원시장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부터 마케팅 비용 등 초창기 활동을 지원받았다. 이후 글라스락의 생활유리제조전문기업 SGC솔루션은 유리용기를 협찬했고, 마포구는 종량제 봉투를 지원했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캠페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상인회 관계자는 “다회용기를 여러 개 챙겨오는 게 힘든 만큼 비닐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해도 쿠폰을 지급하고 있다. 시장 내 모든 점포가 참여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홍보 성격의 일회성이 아닌 1년 가까이 이어지는 캠페인이란 점에서 더 의미가 크다. 현재 한 달에 평균 1500건 내외 사용될 만큼 저변도 확대됐다. 소비자 요구와 상인회의 적극적인 의지,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의 지원 등이 함께 만들어낸 의미 있는 성과다.
상인회 관계자는 “수십 년 동안 간편하게 비닐을 써왔던 상인들로선 처음엔 귀찮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이젠 다들 환경을 아낀다는 의식을 갖고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망원시장에서 시작된 이 캠페인은 이제 전국 곳곳 전통시장으로 확대 중이다. 용기내 챌린지가 크게 유행하면서 이에 동참하는 전통시장도 느는 추세다.
지금까진 자발적 캠페인의 성격이었다면, 이젠 이를 제대로 뒷받침할 제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포함, 이재명·심상정 당시 대선후보들은 헤럴드경제와 그린피스가 공동 진행한 환경 분야 질의응답에서 “개인이 다회용기를 들고 가면 마트나 시장이 용기를 수용하도록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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