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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C 128g 사는데 포장 쓰레기만 80g…재활용도 안 된다 [지구, 뭐래?]
2022.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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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매일 챙겨먹는 캡슐 영양제.. 알약 빼고 난 ‘플라스틱+알루미늄’ 쓰레기는 어떻게 버리죠?”

 

피곤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영양제는 필수처럼 여겨진다. 활력을 회복하려고 비타민C를, 잦은 술자리로 꾸덕해진 피를 맑게 하기 위해 오메가3를,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변비를 해결하려고 유산균을, 직장 상사의 불호령이 떨어질 때마다 파르르 떨리는 눈두덩이를 위해 마그네슘을 먹는다.

 

그런데 환경 보호에 관심 많은 이들이라면, 알약 포장재의 사후처리가 늘 고민이다. 플라스틱 포장재에 알루미늄호일이 덕지덕지 붙어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처리해야 정답일까. 알루미늄호일은 일반 쓰레기로 배출하라고 하니 플라스틱에서 떼어내려 해봤지만 영 쉽지 않다. 결국 포기하고 찝찝한 마음으로 플라스틱 수거함에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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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버려진 ‘플라스틱+알루미늄’ 쓰레기는 과연 재활용이 될까? 재활용이 안 된다면 과연 어떻게 처리되고 있을까? 알약을 포장하는 방법은 정녕 이런 방식밖에 없을까? 플라스틱 통에 벌크로 담아 유통되는 영양제는 도대체 뭐가 다른 걸까?

 

‘쓰레기 대체도감’ 여덟 번째 시리즈로 알약 포장재를 파헤쳐 봤다.

 

너도 먹고 나도 먹는 비타민C, 포장재 뜯어봤더니..


영양제가 어떻게 포장되고 있는지부터 알아보자. 서울의 한 H&B(헬스앤뷰티) 매장을 찾아, 마침 눈높이에 전시된 A제품(비타민C)을 집었다. 알약 120정짜리 제품이다.

 

먼저 가장 겉면의 포장재는 종이다. 하지만 찢어보니 외부가 비닐로 코팅돼 있다. 이 경우 종이로 분리배출해도 재활용되지 않거나 다른 종이의 재활용 효율을 떨어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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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박스 안에는 알루미늄호일 봉지가 2개 들어있었다. 환경부가 발간하는 분리배출 가이드라인 자료에 따르면 알루미늄호일은 종량제 봉투에 넣어 배출해야 하는 쓰레기다.

 

봉지를 뜯으니 알약 10개를 품은 ‘플라스틱+알루미늄호일’ 세트가 6개씩 들어있었다. 일단 플라스틱에 호일이 붙어있는 상태로는 분리배출이 불가능하다. 어떻게든 알루미늄호일을 벗겨 내면 플라스틱만 따로 재활용할 수 있을까 싶어 그 소재가 무엇인지 확인해봤다. 염화비닐수지, 이른바 PVC다. PVC는 염소(Cl) 성분이 함유돼 재활용이 어렵고 다른 플라스틱의 재활용까지 방해하기 때문에 플라스틱 중에서도 악명이 높은 소재다. 소각시 다이옥신 발생 우려도 있다.

 

결국 땅에 묻히거나 태워질 이들 쓰레기는 제품의 무게 중에 얼마나 차지할까. 제품을 통째로 저울에 올렸을 때 무게는 약 210g이었는데, 포장재에서 알약을 모두 분리해 내용물의 무게만 재보니 약 128g(제조사 측정 제원 상으로는 129.6g)이었다. 제품 무게의 40%가량이 재활용도 안 되는 쓰레기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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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재활용 불가능한 포장 택한 이유


재활용이 안 되는 소재로 포장된 건강기능식품은 비단 A제품 뿐만이 아니다. 기자가 찾은 H&B매장만 해도 외부 라벨에 ‘PVC+호일’ 포장 사실을 밝힌 제품이 최소 6개 이상이었다.

 

왜 건강기능식품 제조사들은 재활용이 불가능한 방식으로 제품을 포장할까.

 

일단 제조사 측이 밝힌 이유는 ‘제품의 안정성’이다. 습기나 햇빛, 열 등에 노출되면 제품이 쉽게 변질될 수 있기 때문에, 플라스틱 포장재를 알루미늄 호일로 한 번 더 압박 포장하는 것이다. PVC는 다양한 플라스틱 중에서도 내후성, 내약품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내후성이란 태양광, 온도, 습도 등 실외 자연 환경에 대한 내구성을 의미한다.

 

제조사 관계자는 “비타민C를 포함한 대부분의 건강기능식품이 빛이랑 습기에 약하고, 특히 산소와 접촉할 경우 산화할 수 있기 때문에 압박 포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A제품은 비타민C 외에도 멀티비타민, 오메가3, 홍삼 등 제품을 ‘PVC+알루미늄호일’ 포장재에 담아 판매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업계 전반적으로, 친환경적이면서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포장재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며 “두 가지 모두 충족하는 소재가 개발되면 제품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럼 플라스틱·유리통에 유통되는 건 뭐야?


하지만 모든 건강기능식품이 재활용 불가능 포장재에 유통되는 것은 아니다. 세부 성분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같은 비타민C 중에서도 A제품과 달리 플라스틱 벌크통에 통째 포장된 제품이 적지 않다.

 

기자가 앞서 구매해 복용하고 있던 콜라겐 제품(84정)은 1개의 플라스틱 통 안에 모든 알약이 함께 포장돼 있었는데, 포장재의 소재는 용기-고밀도폴리에틸렌(HDPE), 뚜껑-폴리프로필렌(PP), 완충비닐-폴리에틸렌(PE) 등이었다. 모두 플라스틱 혹은 비닐로 분리배출할 수 있는 소재들이다.

 

제품이 변질되기 전에 전부 섭취할 수 있는 소용량 제품만 플라스틱통에 포장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자가 구매한 또 다른 오메가3 제품은 무려 365정짜리임에도 플라스틱 벌크통에 담겨서 판매됐다. 플라스틱의 소재는 용기-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뚜껑-PP로 이 역시 모두 재활용이 용이한 소재다.

 

유리병에 담겨 판매되는 제품도 있다. 용기는 유리 소재로, 뚜껑은 캔으로 분리배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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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통이나 유리병에 포장됐다고 해서 무조건 제품이 쉽게 변질되는 것도 아니다. ‘PVC+알루미늄호일’ 포장 제품과 비교하면 비교적 내후성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용기의 색깔을 파란색, 갈색 등으로 제조해 자외선이 투과되지 않도록 했으며, 통 내부에는 제습제가 들어있다. 구매자가 보관만 잘한다면 2년 가까이도 보관할 수 있다.

 

“재활용폐기물 부담금 높여야” 규제 필요 목소리도


제조사가 재활용 용이성보다 제품의 변질 방지를 우선하는 것을 무조건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식품이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같은 점을 고려하더라도, PVC 압박 포장 관행을 지금처럼 방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쓰레기박사’로 유명한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그의 책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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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R 제도는 제품 생산자가 제조한 제품·포장재로 인해 발생한 폐기물에 대해 일정량의 재활용 의무를 부담하도록 한 제도다. 제조사들이 직접 폐기물을 수거하고 재활용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관련 조합에 분담금을 내고 재활용 업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PVC 압박 포장재는 애초에 재활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조사가 낸 분담금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EPR 제도에서 제외하는 대신 ‘폐기물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있다. 폐기물 부담금은 유해물질을 함유하고 있거나, 재활용이 어렵고 폐기물 관리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제품 생산자에게 부과하는 일종의 ‘플라스틱세(tax)’다.

 

홍 소장은 “재활용 가능성을 높일 대안이 있다면 아예 기존 포장재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며 “대안이 없을 경우, 재활용을 전제로 한 EPR제도를 무리하게 적용하기보다는 폐기물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폐기물 부담금은 일반용 플라스틱의 경우 1㎏당 150원으로 일률 적용하고 있는데, 보다 강하게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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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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