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다를 크게 신경 안 써 왔어요. 육지와 비교하면 당장 눈앞에 안 보이니까..”
포어시스는 이 솔루션에 ‘플로팅 배리어(floating barrier)’라는 이름을 붙였다. 플로팅 배리어에는 여러 기술이 집약된다. 일반 하천이라면 물의 흐름이 한 방향이라 쉽게 쓰레기를 차단할 수 있지만, 바다 근처는 밀물과 썰물의 영향으로 쓰레기가 양방향으로 움직인다. 구조물을 어느 지점에 얼마나, 어떻게 설치해야 효율을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한 노하우가 핵심이다. 포어시스는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관련 데이터를 고도화하고 있다.
“크게 고민 말고, 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설치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간단히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오일 펜스처럼 유사시에만 사용하는 시설과 달리, 저희의 솔루션은 상시 운영돼야 합니다. 그래서 내구성이 중요하죠. 그런데 구조물이 바다의 영향력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또 쓰레기를 얼마나 많이 붙잡고 있을 수 있을지, 기존 연구 자료가 너무 없더라고요. 저희는 이 부분에서 수많은 실험을 했고, 이제 어느 정도는 예측 가능한 수준이 됐습니다.”
-강한 태풍이 오거나 홍수가 발생했을 때, 어느 지점에 쓰레기가 몰릴 것인가에 대한 데이터도 중요할 것 같네요.
“그렇죠. 하지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그런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한 곳이 없어요. 육지에서 바다로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매년 평균 800만t 정도로 추정된다는 내용의 논문이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지’에 실려 충격을 안겼었는데요. 그게 2015년, 불과 7년 전입니다. 이젠 해양 쓰레기가 어디서 얼마나 발생해 어떻게 이동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도 만들어 나가야죠. 일단 저희 솔루션과 같은 인프라들이 설치되고, 이를 통해 데이터를 모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천에 설치하는 구조물이다 보니, 고객은 정부나 지자체겠군요. 실제 설치는 언제쯤 이뤄질까요?
“올해 하반기, 충남 지역 중소규모 하천부터 실제로 적용이 될 예정입니다. 하천의 폭이 50m 정도 되는데요, 저희의 차단 시설은 사선으로 설치되니까 약 100m 정도 될 거예요.
-많은 이들이 해양 쓰레기 문제에 공감하고 있는데요. 그런데도 폐기물 수거 솔루션이 아직 널리 도입되지 않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일단 하천의 역할을 방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저희처럼 쓰레기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하천이 해양 쓰레기의 길목이지만, 하천을 관리하는 입장에선 큰 비가 내렸을 때 사람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물을 잘 흘려보내는 역할에 더 주목합니다. 그런데 저희 솔루션은 쓰레기를 막겠다면서, 하천의 흐름을 방해할 수도 있는 무언가를 설치하는 거잖아요.
다행히 충청남도가 저희 솔루션에 관심을 보였는데요, 관련 실증 과정에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환경 분야에선 빈도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100년 만에 발생한 큰 태풍은 100년 빈도 태풍, 이런 식인데요. 주민분들과 하천 전문가 분들께서 20년, 또는 30년 빈도 홍수 등을 기준으로 운용 한계를 갖는 시설을 설계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쓰레기 줍겠다고 하천을 방해하다 사람을 다치게 하면 안 되니까요.”
-하천은 지역을 거쳐 흐르다 보니, 쓰레기 차단 시설을 어느 지자체가 구입하고 설치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한강 하구의 쓰레기를 보면, 경기도민과 서울시민 중 누가 더 많이 버렸는지 아무도 몰라요. 그렇다 보니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를 놓고 공방이 생길 수밖에 없죠. 그래서 하천 중간에서 쓰레기의 출처를 확인해주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해양 쓰레기의 처리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전 지구적입니다. 특히 유럽이 심각할 거예요. 유럽의 하천은 여러 국가를 거쳐 흐르잖아요. A국가에서 버린 쓰레기 때문에 B국가가 피해를 볼 수도 있는 거죠. 저희 솔루션과 같은 구조물을 통해, 책임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해양 쓰레기와 관련한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하고 계신데요. 어떻게 활용될 수 있죠?
“어떤 종류의 쓰레기가 얼마나 떠있는지 분석하는 거예요. 폐기물은 발생자가 처리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원칙이 있죠. 우리 바다에 어느 기업의 쓰레기가 얼마나 흘러들어 가는지 알아야 재활용을 위한 재원을 모으고 활용할 수 있겠죠.
사실 해양 쓰레기의 종류에 대한 조사는 지금도 하고 있어요. 하지만 확산돼서 다시 해변으로 돌아온 쓰레기를 확인하는 수준이고, 또 조사의 목적도 해양 쓰레기가 인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아내고자 하는 차원이죠. 저희는 미시적으로 쓰레기 특성 자체를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거시적으로 쓰레기의 흐름을 보고 처리 방안을 도출해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보려고 해요.”
-해양 폐기물 재활용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사실 경쟁사가 적지 않아 보이는데요, 어떤 차별점이 있나요?
“저희는 해양 쓰레기에서 고품질의 소재를 뽑아내기보다는, 형태 변화는 최소화하면서도 산업 현장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도록 재활용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어요. 사실 재활용 산업에서 해양 폐기물 쪽은 질이 좋을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오염도가 중간 이상인 폐기물을 이용해, 소비재로 재탄생시키기엔 다소 부족하더라도 공업 현장에선 얼마든지 쓰일 수 있는 수준의 재활용을 해보자고 생각했죠.
당연히 좋은 재료로 환원할 수 있는 것들은 그렇게 할 겁니다. 현재는 재생 해양플라스틱 전처리시장에서 품질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해양 쓰레기를 재활용하려면 우선 단일 종류의 쓰레기를 대량으로 모을 수 있어야 한다. 이 점을 고려했을 때 가장 활용도 높은 쓰레기는 폐어구·어망, 그리고 굴 껍데기와 같은 폐각(수산 부산물) 등이다. 포어시스는 이 두 쓰레기를 이용해 ‘대체 콘크리트’를 개발했다. 폐어망은 콘크리트 내부의 철근을, 폐각은 모래와 자갈을 대신한다.
“내구성이 오히려 기존 방식보다 좋아요. 사실 콘크리트는 물속에서 내구성이 크게 떨어지는데요. 콘크리트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 철근에 물이 닿고, 철근이 녹슬고 팽창하면서 다시 콘크리트를 깨트리는 악순환이죠. 저희 제품을 이용하면, 콘크리트 구조물 1t 만들 때 150㎏의 쓰레기를 재활용하게 됩니다.”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하면서, 해양 쓰레기가 우리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누구보다 많이 체감할 것 같습니다.
“봄과 가을이 점점 더 짧아지고 있는 걸 모두가 느끼실 거예요. 여름에서 겨울로, 겨울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에너지 교환이 이뤄져야하는데, 그 흐름이 부자연스러워졌어요.
가장 큰 이유는 바다가 힘들어서 입니다. 바다는 지구의 과잉 에너지를 품어주고, 다른 형태로 바꾸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해양 생태계가 이 과정에 기여합니다. 하지만 플라스틱같은 쓰레기 때문에 산호초 등 해양 생태계가 파괴되고, 바다가 열을 식혀줄 수 있는 여력도 줄고 있어요.”
그래도 인류는 해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원 대표는 말한다. 플라스틱이 널리 사용된 지는 70년이 채 안 됐고, 전 지구가 플라스틱을 걱정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 들어서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수백년, 수천년 동안 풀어내지 못한 난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모두가 낙관만 한다면 해결은 요원하다.
“해법이 나오기 전에 주요 생태계 축이 무너져 내릴 수도 있잖아요. 요즘의 바다를 보면, 얼마 안 남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당장 눈앞에 안 보여서 그런 걸까요. 우리가 얼마나 바다를 망가뜨리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고,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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