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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 출신 CEO의 자존심, “대체육도 맛으로 정면승부"[지구, 뭐래?]
202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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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과 선의가 대체육 수요의 출발이라면, 그 다음 단계는 결국 ‘맛’이다. 건강하지만 맛없는 음식, 친환경에 일조하지만 입맛이 내키지 않는 음식이라면, 마중물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대체육, 이젠 맛있어야 한다.

 

박형수(34) 디보션푸드 대표는 미국 미쉘린 투스타 식당의 쉐프 출신이다. 디보션푸드를 세우기까지 수많은 과정을 거쳤다. 학부에서 조리과학을 배우고선 군대 전역 후 호주로 요리 유학을 떠났다. 무급으로 분자요리(음식 질감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새롭게 변형하거나 다른 형태 음식으로 만드는 방식)를 배우고 귀국 뒤엔 직장에 취직했다. 하지만 퇴사하고 바로 미국으로 넘어가 미쉐린 레스토랑에서 쉐프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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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대체육 창업을 목표로 카이스트 MBA에서 경영학까지 배운 뒤 2018년 디보션푸드를 설립했다. 요리, 과학, 경영. 해외를 넘나들며 20대 기간에 쉼 없이 대체육 경영 기반을 닦아왔다. 운명처럼.

 

디보션푸드의 경쟁력은 ‘맛’이다. 식물성고기에서 실제 고기 맛은 물론, 육즙과 향도 재현했다. 단백질, 육즙, 지방 등을 식물성 재료로 대체했다. 인공 첨가물이나 유전자변형 농산물(GMO)도 쓰지 않는다. 건강한 식물성 재료만 사용해 고기 육즙, 풍미, 식감까지 재현한 대체육을 만들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쉐프 출신 CEO의 자존심


박 대표가 ‘맛’에 승부를 보는 건 쉐프 출신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그는 대체육 시장이 열풍에 비해 성장속도가 더딘 배경도 결국 ‘맛’에 있다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대체육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가 대체육을 처음 먹었을 때 맛이 없다면 결국 다시 찾지 않는 것”이라며 “대체육의 경쟁상대는 다른 대체육이 아니라 기존 육류 제품이다. 쉐프 출신답게 맛으로 승부를 보자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의 경영 철학은 ‘모든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새로운 식자재를 만들자’다. 비건이나 친환경에 관심 많은 소비자만이 아닌, 모든 소비자에게 호소력 있는 대체육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그는 “억지로 소비자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맛으로 대체육을 선택하는, 자연스러운 순환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대체육은 음식의 형태나 질감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분자요리에 기반한다. 대체육 미래도 이와 연관돼 있다. 치마살, 살치살처럼 특수부위 형태로 소비자 맞춤형 질감과 식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지방, 근육 함량 등을 선택할 수도 있다.

 

영양소도 조절할 수 있다. 환자 음식 처방전이 QR코드 형태로 만들어지면 이에 따라 환자별 필요한 영양소를 정확하게 담은 음식을 만들어내는 식이다. 3D 프린터 기술도 이미 대체육 시장에 접목되고 있다. 소설 속 얘기 같지만, 이미 하나둘씩 기술 개발이 이뤄지는 단계다.

 

대체육의 가격 경쟁력도 향상됐다. 박 대표는 “어떤 영양소와 성분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지만, 이미 기술적으로 기존 육류 대비 대체육의 가격경쟁력은 충분한 단계”라고 전했다. 수요 증가에 따라 규모의 경제만 이뤄낸다면 육류보다 더 저렴한 대체육도 충분히 현실화됐다는 의미다.

 

대체육, 배고픈 아이들을 도울 수 있길


대체육의 경쟁력 확보는 박 대표의 인생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 그가 대체육에 승부를 건 이유이자 목표는 더 많은 이들에게 양질의 음식을 제공하는 것. 대체육으로 기아 문제를 해결하고픈 마음에서다.

 

박 대표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음식을 제공할 때의 뿌듯함이 좋아 요리를 시작했는데, 막상 쉐프를 하다보니 현실 속에선 돈 많은 부자들만 양질의 음식을 먹고 있었다. 초심과 현실의 괴리가 컸다“고 회상했다.

 

더 많은 이들에게, 특히 배고픈 아이들에게 어떻게 더 건강하고 좋은 음식을 줄 수 있을까. 그 고민에서 시작한 게 대체육이다. 먹거리의 빈부차, 박 대표는 대체육이 이를 극복할 해결책이라 믿는다.

 

“환경도 중요하고 사회공헌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전 무엇보다 이 세상에 배고픈 아이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그게 대체육에 인생을 건 이유였습니다. 대체육 시장이 커져 아이들이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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