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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시키면서 무슨 친환경 타령!”…안 시켜먹을 순 없잖아요 [지구, 뭐래?]
2021.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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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친환경 타령할 거면, 배달시키지 말고 직접 걸어가서 먹어야지!”

 

배달 일회용품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담긴 기사를 쓸 때면 늘 달리는 댓글이다. 맞는 말이다. 아무리 식당이 포장 쓰레기를 줄인다 한들 아예 없애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수십만 배달 오토바이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웬만한 결심으로는 배달이 주는 편리함을 끊어내기 힘들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비대면 소비는 일상을 넘어 습관이 됐다.

배달앱을 삭제하고 환경을 보호할 것인가, 아니면 환경 보호는 배부른 이야기니 그냥 환경 파괴범으로 남을 것인가. 선택지가 이 두 가지밖에 없다면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뭐가 문젠데?


한국플라스틱포장용기협회가 배달용기 생산업체 2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생산된 배달 및 포장 용기 생산량은 11만1000t에 이른다. 용기 무게를 평균 52g으로 가정했을 때 연간 21억개의 용기가 생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녹색연합은 꼬집었다. 용기의 지름을 10㎝ 수준으로만 어림잡아도, 한 줄로 세웠을 때 지구 다섯 바퀴 이상을 두를 수 있는 양이다.

 

올해의 생산량은 더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배달의민족’ 앱을 실행한 모바일기기는 지난달 기준 2021만대에 이른다(모바일인덱스 집계). 1년 전(약 1583만대)보다 28% 급증했다. 배달앱 사용량이 늘어나면 배달용기 사용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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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오염된 플라스틱은 재활용되지 않고 대부분 매립되거나 소각 처리된다. 예컨대, 떡볶이 배달에 쓰였다가 새빨개진 플라스틱 용기는 쓰레기 선별장에서 낙오 1순위다. 설거지 후 햇볕에 말려 새하얗게 배출하지 않는 이상 배달 쓰레기는 자원순환 고리에 올라타지 못한다.
 
그래서 대안은?
 
옛날 중국집처럼, 다회용기로 배달한 다음 다시 가져가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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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쓰레기의 대안으로 중국집 배달 시스템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배달 이후 1~2시간이 지난 뒤 그릇을 수거하러 오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식당이 직접 배달 기사를 고용해 월급을 주는 구조에서만 가능하다. 최근처럼 배달 기사 몸값이 높아져 대부분 배달대행사에 외주를 맡기고 있는 상황에서는 비용 부담이 두 배로 뛴다.

 

물론 현재도 다회용기에 음식을 배달하는 중국집이 적지 않은데, 전담 기사를 고용할 만큼 배달 주문량이 많은 매장이거나 점주가 직접 배달 업무를 볼 만큼 영세한 경우다.

 

썩는 플라스틱 개발됐다며, 그걸로 배달하면 되는 것 아냐?

 

배달 업계가 내놓은 쓰레기 문제의 해법 중 하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다. 현재 일회용 용기 제작에 쓰이는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흙에서 썩기까지 500년 이상 소요된다. 반면 최근 개발되고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미생물이 풍부한 퇴비화 조건이 갖춰졌을 시 반년 안팎이면 썩는다.

 

문제는 매립되는 것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 생분해 플라스틱으로서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라는 것이 정부가 안내한 원칙이다. 같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처럼 보여도 그 원료가 서로 다르고, 생분해성 수지의 함량도 제각각이라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 종량제 봉투에 담긴 뒤 매립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절반 이상은 소각장으로 향한다. 별도의 분리 배출 체계와 퇴비화 매립장이 갖춰지지 않는 이상, 생분해 플라스틱은 제 역할을 절반도 채 하지 못하는 셈이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생분해 플라스틱의 생산과 처리 과정에서 대규모 경작의 문제, 유전자 변형 식물에 따른 위험, 재활용의 어려움, 독성 잔류의 위험 등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결국 해법은 ‘일회용 OUT’
 

궁극적인 해결책은 일회용 용기 대신 다회용 용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다회용 용기를 수거해 세척한 뒤 가맹 식당에 공급하는 별도의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실제 경기도 공공 배달앱인 ‘배달 특급’과 업계 2위 배달앱 ‘요기요’가 올해 스테인리스 다회용기 시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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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는 문제는 남아있다. 요기요의 경우 배달 고객에게 다회용기 수거 비용 1000원을 청구한다. 아직은 참여 식당이 100곳 미만인 시범 사업 단계라 배달앱이 그 비용을 떠안고 있지만, 사업 규모가 지금보다 커지면 소비자에게도 비용을 청구하지 않을 수 없다. 환경을 생각해 다회용기로 배달시키는 ‘기특함’에 비용을 청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셈이다.

 

결국 일회용 용기의 유통 부담을 높여야 한다. 정부는 제품이나 포장재로 인한 폐기물의 재활용 의무를 생산자 및 판매자에게 부과하고, 지키지 않을 경우 비용을 부담토록 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연간 매출이 10억원 미만일 경우 EPR 적용 대상이 아니다. 대부분의 음식점과 소규모 배달용기 생산자가 면책되고 있고, 배달앱도 유통업체라는 이유로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자원재활용법상 무상제공이 금지된 일회용품 목록에도 배달 용기는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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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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