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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우리몸 ‘폐’ 끼치는 코로나...‘숨은 내막’엔 미세먼지가 있다 [일상이 된 이상기후 <1편-중>]
2021.08.25

초미세먼지 등 인체 방어막 약화
美 산불 급증때 코로나 감염 늘어
페암수술 여성 93%는 비흡연자
일상생활 속 미세먼지 줄이기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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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최근 미국 워싱턴주 휘트먼 카운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18.2% 급증했다.

 

#2.분당 서울대 병원에서 폐암 수술을 받은 여성 환자 957명을 분석한 결과 93%가 비흡연자였다.

 

#3.중국에서는 2014년 기준 매년 100만명이 조기 사망하고 있다고 베이징대 연구팀이 주장했다.

 

각각 산불과 주방, 그리고 공장 굴뚝에서 나온 미세먼지가 만든 결과라는 게 유력한 추론이다.

 

미세먼지는 대기 중에 떠다니는 매우 작은 물질을 의미한다.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물질이다. 사람 머리카락 지름의 1/5에서 1/7에 불과한 크기다. 이보다 더 작은 2.5㎛ 이하 크기의 입자는 초미세먼지로 분류된다.

 

▶‘보이지 않는 암살자’=미세먼지, 그리고 초미세먼지는 인체의 방어막을 무력하게 만든다. 매우 작은 크기를 무기로 코와 기도에 있는 인체 방어막을 뚫고 폐포에 도달하고, 심지어 혈액을 통해 온 몸에 퍼진다.

 

방어막을 뚫고 들어온 미세먼지에 우리 몸은 급성 기침과 호흡 곤란으로 반응한다. 심할 경우 천식이 악화되고 부정맥도 발생한다. 노출 빈도가 높고 장시간 계속된다면 폐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만성 기관지염이 늘어나며 사망률 자체가 증가한다. 특히, 심장이나 폐질환자, 아이와 노인, 임산부는 미세먼지 노출에 의한 영향이 더 크다.

 

호주에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노출이 2 μg/㎥ 증가할 때 마다 어린이의 천식 위험은 1.14배 증가했다. 캐나다 연구에서도 이산화탄소 노출이 2 μg/㎥ 증가할 때 1세 유아의 아토피 발생 위험은 1.16배 높아졌다. 반대로 11세 어린이들을 4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질소화합물이나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농도가 감소함에 따라 유의하게 폐 기능이 개선되는 현상도 발견됐다.

 

심지어 코로나19 확산에도 미세먼지가 한 몫 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주 휘트먼 카운티의 코로나19 확진자의 18.2%, 캘리포니아주 뷰트 카운티의 확진자 17.3%에서 산불이 발생한 날 급증했던 미세먼지와 코로나19 감염 연관성이 확인됐다. 뷰트 카운티에서는 지금까지 코로나19로 200명이 사망했다.

 

▶우리 주변 곳곳이 발생처=이 같은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은 다양하다. 환경부가 2012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는 약 12만톤으로 이 중 65%가 화력발전소나 각종 제조 공장에서 석탄과 석유 등을 연소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25%는 자동차와 항공기, 철도 같은 운송수단이 도로나 활주로, 철로 등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한 때 이산화탄소 저배출로 친환경 마크를 얻었던 고성능 디젤 차량이 이제는 대기오염 주범 천덕꾸러기가 된 것도 이런 까닭이다. 대규모 전력·발전망 추가 확보가 필요함에도 전기차 보급에 정부가 적극 나서고, 또 LNG엔진을 활용한 화물선, 에너지 절감형 비행기가 각광 받는 배경에도 미세먼지 문제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공장을 비롯한 산업시설과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자동차, 가정에서의 난방 및 취사 등 인위적인 인간 활동의 결과로 인해 만들어진다. 이 속에는 황산염, 질산염, 중금속 등 인체 유해 물질도 다량 함유돼 있다.

 

더 치명적인 초미세먼지의 경우 자동차나 화력발전소 등에서 연소를 통해 배출된 1차 오염물질이 대기 중 다른 물질과 반응해 생성된 황산염, 질산염, 유기탄소 같은 2차 오염물질이 주요 발생원으로 꼽힌다.

 

도로 물청소 결과 도심 미세먼지가 확실하게 줄어든 결과도 우리 주변 일상 속 미세먼지 배출이 적지 않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정부는 지난 4월 겨울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기간 동안 집중관리도로 운영 결과 도로 재비산먼지로 발생하는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도로 청소 후 35.7% 줄었다고 밝혔다.

 

진공노면차, 분진흡입차, 고압살수차 등으로 하루 두 번 도로 미세먼지를 관리한 결과 청소 전 평균 ㎥당 158.5㎍이던 미세먼지가 청소 후 평균 101.7㎍까지 줄어든 것이다.

 

집안도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안전지대가 아니다. 대표적인 집안 미세먼지 발생처는 주방이다. 환경부가 실험한 바에 따르면 조리 전 ㎡당 60㎛이던 주방의 미세먼지 농도는 삶는 방식으로 요리를 시작하자 119㎛까지 농도가 올라갔다. 심지어 튀김 요리를 하면 269㎛, 고기를 굽자 878㎛까지 미세먼지 농도는 심해졌다.

 

굽거나 삶는 과정에서 음식표면에 작은 입자들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재료 또는 공기 중 수분, 기름 등과 뭉치며 미세먼지가 되는 것이다. 한 때 정치적으로 놀림감이 됐던 ‘고등어 굽기’가 실제로는 집안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이라는 의미다.

 

이 같은 생활 속 미세먼지는 다시 우리의 건강을 위협한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학교 연구진은 일상 화학용품 사용에 따른 초미립자 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연간 34만~90만 명에 달한다는 결과를 ‘유럽 지구과학학회’ 개방형 정보열람 학술지 ‘대기 화학·물리학’(Atmospheric Chemistry and Physic)에 발표했다. 세제나 페인트 제품, 기타 일상 화학용품에서 나오는 미세먼지의 위험이 자동차나 발전소발 미세먼지 만큼 심각한 수준이라는 의미다.

 

최정호 기자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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