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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없는 스테이크’ ‘치킨없는 치킨너겟’…대체육, 밥상을 점령하다
2021.07.30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이 스테이크가 고기가 아니라고?!”

 

직장인 A씨(38)는 최근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새로운 경험을 했다. 반려견을 키우는 A씨의 친구는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1년 전 비건(Vegan, 채식주의자)을 선언했는데, 웬일로 집에서 스테이크를 굽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가 요리한 스테이크를 맛있게 먹던 찰라, A씨는 친구의 말에 또한번 놀랐다. A씨 친구는 “이 스테이크는 고기로 만든 건 아니라서 비건인 내가 먹어도 상관없어”라고 말했다.

 

고기 맛이 제대로 나는 ‘가짜 고기’, 일명 대체육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변하고 있다. 일부 비건들이 찾는 ‘신기한 음식’에서 점차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챙겨먹는 ‘일상 식품’으로 익숙해지고 있는 것. 하지만 아직 국내 시장은 미국이나 유럽처럼 대중화 단계에 들어선 것은 아니다 보니 대체육에 대한 호기심 만큼이나 소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육이란 무엇일까.

 

①대체육, 대체 뭐길래

대체육은 식물성 재료로 고기와 비슷한 맛과 향, 식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든 식재료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돼지고기 뿐아니라 소고기, 닭고기 등도 다양한 식물성 재료를 혼합해 고기와 비슷한 맛을 내는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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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육의 생산 과정은 보통 세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대두단백 등에서 단백질 농축액을 추출해 고기의 감칠맛을 내는 ‘식물 추출’ 방식과 소나 돼지, 닭 등의 줄기세포를 추출해 증식시켜 만드는 ‘동물 세포 배양’ 방식 등이 있다. 최근에는 고기 맛을 내는 미생물을 발효시켜 계란 흰자 및 감자 추출물을 첨가하는 ‘미생물 발효’ 방식도 개발됐다. 과거엔 고기를 얻으려면 재배나 사육을 해야 했다면, 이제는 추출이나 배양, 발효 등으로 얻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세 가지 방식 모두 단백질 품질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맛이나 식감은 동물 세포 배양방식이 원물과 더 비슷하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동물 세포 배양은 상용화 초기 단계다 보니 생산 단가가 높고 아직 안전성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현재는 식물 추출 대체육이 생산 비용이나 안전성 측면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가 많다. 미생물 발효는 관련 기술을 보유한 일부 업체들만 생산 중이다.

 

②코로나19가 트리거?…왜 대체육이어야 하나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대체육 소비가 확산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일종의 ‘트리거(trigger, 방아쇠)’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웰빙 열풍으로 대체육에 대한 관심이 점차 오르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주요 대형 육류 가공공장이 조업을 중단하자 육류 공급이 부족해지고 가격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체육 식품이 육류 제품의 대체제로 급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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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반려인들이 늘어난 것도 대체육 소비 확산에 한 몫을 했다. 반려인들이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축 도살 과정이 수반되는 동물성 단백질 소비를 기피하는 경향이 짙어진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생태계 파괴, 기후 변화 등 환경 문제가 인류를 위협하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대체육 소비가 회자되기에 이르렀다.

 

국내에서는 최근 소비의 주체로 떠오른 MZ(밀레니얼+Z) 세대의 영향이 컸다. MZ세대들은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를 소비로 풀어내는 ‘미닝아웃(Meaning Out)’ 경향이 강하다. 이에 과거 세대들처럼 제품을 선택할 때 가격이나 품질보다는 제품의 생산 과정이나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기준으로 제품을 선택한다. 특히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대체육 소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③2040년엔 ‘진짜 고기’보다 ‘가짜 고기’ 더 찾는다…너도 나도 대체육

대체육에 대한 이미지 개선이 이뤄지면서 대체육의 시장 전망도 어느 때보다 밝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AT 커니에 따르면, 2025년까지 전체 육류 시장에서 차지하는 대체육의 비중은 10%에 불과하지만 2030년 28%, 2035년 45% 등 매년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심지어 2040년에는 대체육 비중이 60%로 확대돼 육류보다 대체육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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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도 경쟁적으로 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고기의 맛과 향을 내는 식품 원료 ‘시스테인’을 천연 방식으로 대량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롯데정밀화학은 내년 상반기께 고기의 식감을 내는 글루텐 대용으로 쓸 수 있는 메틸 셀룰로스의 상업생산을 위해 370억원 투자했다. 대상은 배양육 기술을 보유한 엑셀세라퓨틱스와 함께 오는 2023년 제품 출시를 목표로 연구 중이다.

 

농심과 신세계푸드는 아예 대체육 브랜드를 론칭하고, 관련 제품을 판매 중이다. 농심은 지난 1월 ‘베지 가든(Veggie Garden)’을 출시하고, 제품 라인업을 18개로 확대했다. 신세계푸드는 노브랜드버거를 통해 대체육 너겟인 ‘노치킨너겟’을 판매한데 이어 지난 28일에는 대체육 브랜드 ‘베러 미트(Better Meat)’를 론칭하기도 했다. 동원F&B는 미국 대체육 기업 ‘비욘드미트’와 독점 공급 계약을, 풀무원은 대두단백으로 고기의 식감을 구현한 반찬과 소스를 판매 중이다.

 

김보경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건강, 환경, 독물 복지 등 사회·환경 부문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대체육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는 장기적 소비 트렌드로 식품 산업 뿐 아니라 유관 산업의 변화를 촉진해 약 30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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