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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공기·물·식량의 위기…취약계층이 먼저 스러진다
2021.03.04

[‘조용한 암살자’ 기후변화의 습격]

 

2050년 기후난민 1억4000만명

 

캡처.JPG

 

재앙까지 치달은 기후위기는 아이와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등 사회경제적 약자부터 노린다. 숨 쉴 공기부터 마실 물, 식량, 삶터 등 생존의 기본을 위협하는 기후위기 속 양극화는 더 뚜렷해진다. 폭염과 혹한, 태풍, 홍수, 가뭄을 오가는 이상기후에 살 곳을 찾아 떠나야 하는 기후난민까지 늘고 있다.

환경부와 기상청이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폭염 등 극한기상에 민감한 취약집단은 65살 이상의 노인과 유아·어린이, 심뇌혈관 질환이나 호흡기계 질환 등 만성질환자, 장애인, 노숙인, 직업상 노출이 많은 사람들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세계 인구의 95%가 위험할 정도로 오염된 공기를 마시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 사망자 6명 중 1명은 공기오염으로 사망한다는 것이다. 숨쉬는 것조차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은 각종 공기 정화시설을 갖춘 실내에서 맑은 공기를 자체 조달할 수 있다. 폭염과 혹한 등 극단적 이상기후 역시 냉·난방 시설로 극복할 수 있다. 이들이 에어컨과 선풍기를 작동하느라 사용하는 전력량은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의 10%를 차지한다.
 
반면 극빈층은 오염된 공기, 극단을 오가는 기후변화 등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여기에 기후변화가 진행되면 식량이나 마실 물 등 생존의 기본 조건까지 위협받게 된다.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 염수가 농경지로 범람하면서 식량을 생산하던 땅이 염분 덩어리로 바뀌게 된다. 유엔세계식량기획(WFP)은 2018년 기아 인구를 전년보다 1100만명 증가한 8억2100만명으로 추산했다. 기아인구는 지난 수십년간 감소 추세였으나, 2018년 갑작스레 증가세로 돌아섰다. 아프리카 지역의 이례적인 가뭄이 식량 생산 체계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WFP는 이상기후가 식량 자급 능력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 저개발국가에서부터 확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후변화는 심각한 물 부족으로도 이어진다. 세계 인구의 절반이 눈이나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나오는 수분에 의존해 생활하지만 온난화 때문에 눈, 얼음의 축적량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파리협약의 목표를 달성해도 히말라야 산맥에 존재하는 빙하는 2100년까지 40% 이상 줄어들게 된다. IPCC는 2050년에는 아시아에서 10억명이 물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 전망했다. 세계은행은 2050년 이용 가능한 담수량은 현재보다 3분의 2가 줄어들 것이라 추산했다. 이 같은 생존 기본 조건의 변화 역시 취약계층에 더 큰 타격이 된다. 식량위기만 해도 저개발국가는 기근과 기아를 불러일으키지만, 선진국은 물가상승 압박으로 타격이 완화된다.
 
취약계층부터 쓰러지게 하는 기후변화는 결국 기후난민으로 귀결된다. 공기, 물 등 생존 기본조건의 위협에 홍수, 태풍 등이 빈번해지는 이상기후가 취약계층을 삶터를 찾아 떠돌게 등을 떠미는 것이다. 세계은행은 기후재난으로 살 곳을 잃은 난민이 2050년에는 1억4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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