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프론 코팅제 ‘듀폰’ 환경파괴자 낙인
로얄더치쉘 투명공개로 이미지쇄신 성공
환경 문제를 간과한 기업은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반대로 환경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기업은 기회를 잡기도 한다. 환경 문제는 기업에 더 이상 사소한 리스크나 이미지 관리 차원의 서비스가 아니다.
미온한 조치를 취한 기업은 회복불가능한 타격을 입는다. ‘과불화옥탄산(PFOA)’. 미국 화학회사 듀폰에 이 물질은 지우고 싶은 악몽이다. 듀폰은 PFOA에 테프론이란 이름을 붙이며 프라이팬 코팅제로 사용했고, 그 위험성을 숨겼다는 이유로 2001년 집단소송을 당했다.
이후에도 50여건이 넘는 소송을 당했고, 2017년 화학물질 노출 피해자 3535건에 대해 듀폰은 8000억원 규모의 보상금을 합의했지만 여전히 남은 소송이 진행 중이다. 20여년간의 소송으로 기업 이미지는 ‘환경파괴 기업’으로 추락했다. 논란이 됐던 PFOA 프라이팬은 지난해부터 한국에서도 수입 및 판매가 금지됐다.
반면 꾸준한 변화로 이미지 쇄신에 성공하는 기업도 있다. 한 때 환경 문제로 유럽에서 불매운동까지 나왔던 로얄더치쉘이 대표적이다. 로얄더치쉘은 1995년 원유채굴에 사용했던 시설물을 바다에 폐기해 환경단체 및 국제사회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당시 로얄더치쉘은 4억 5000만 달러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했고, 불매운동 여파로 매출도 30% 하락했다.
로얄더치쉘은 정공법을 택했다. 기업 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소비자와 시민단체의 신뢰를 얻었다. 이후 탄소발자국 감소 등 친환경 정책을 이어갔다. 로얄더치셀은 최근 사업 방향도 친환경으로 전환 중이다. 바이오연료, 태양에너지 등 저탄소 사업을 추진하는 경쟁사처럼 친환경 사업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생존을 위해 변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비판 받은 패스트패션 브랜드도 제작 방식을 바꾸고 있다. 글로벌 SPA 브랜드 자라와 H&M은 각각 2025년, 2030년까지 100%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만든 소재로 옷을 만들 것을 선언했다.
이 선언에 그린워싱(green washing·위장환경주의)이라는 비판에 시달리자, 옷 제작 단계부터 재활용을 고려하는 식으로 구체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투자자도 기업에 환경 문제에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채권운용사 핌코 등은 자신이 투자한 기업에 기후 위기에 대한 변화를 요구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투자자들은 더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며 “이전에는 기업들이 기후 변화에 따른 위험을 공개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이제는 주주들이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계획을 수립할 것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김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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