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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건축물은 인간과 자연 생태계 화해의 공간” [헤럴드디자인포럼2022]
2022.09.15

뱅상 칼보 ‘자연 친화적 생태 건축물’
생물체 특성 적용 미래지향적 실험 눈길
2008년 디자인 제안 ‘릴리패드’ 프로젝트
2100년 ‘기후난민 수용’ 고안된 수상도시
뉴욕 수직농장 ‘드래곤플라이’도 철학 담겨
대만 ‘타오주인위안’ 주민·마을 ‘공기청정기’
인간-자연 올바른 공생 ‘비옥한 도시’로
생태·보건 위기극복 ‘쇄빙선’ 활용 제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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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건축의 목적은 자연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것이었죠. 하지만 현대 도시는 비옥하고 창의적인 건축물을 통해 인간과 자연 생태계를 화해시키는 게 목적입니다.”

 

벨기에 건축가 뱅상 칼보(Vincent Callebaut)는 생물체의 특성을 건축물에 적용하는 미래지향적 실험으로 전 세계 이목을 끌었다. 단순히 자연물의 외형을 흉내 내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거주자들이 소비할 에너지를 생산하고, 전 세계 강을 떠돌아 물을 정화하며, 바다 위에서 기후 위기 난민을 수용하기도 한다. 자연을 모방하는 동시에 자연과 화해하기 위한 공간을 고안한 것이다.

 

오는 27일 열리는 ‘헤럴드디자인포럼 2022’ 연사로 나서는 뱅상 칼보 건축가·뱅상 칼보 아키텍쳐 창립자는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젊은 건축가와 부동산 투자자 및 도시 관리자들은 더 낫고 안전한 미래 환경을 위해 지속가능한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뱅상 칼보는 자연 생태계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그는 “가장 오래된 생명체는 38억년 전에 나타났고,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인간 사회는 자연에 비해 늦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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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는 단순히 자연을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과 인류를 융합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2008년 제안된 ‘릴리패드(Lilypad)’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아마존강 유역 커다란 수련 잎의 모양을 모방해 디자인된 릴리패드는 기후 변화로 전 세계 해안 곳곳이 물에 잠길 2100년 즈음 터전을 잃은 수억 명의 ‘기후 난민’을 수용하고자 고안된 수상도시다. 50만㎡(약 15만평) 너비로 5만명 이상의 주민을 수용할 수 있는 이 도시는 전 세계 바다로 흘러든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건축된다. 도시 내 쓰레기와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해 산소를 만들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등 자급자족이 가능하다.

 

뱅상 칼보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몇몇 섬들이 이미 소멸 직전에 있음에도 다른 국가들이 이를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라며 “환경 이주민의 권리와 의무를 인식하면서 동시의 이들의 거주권을 보장할 새로운 공간적 수단을 위한 국제 협약이 21세기의 주요 과제”라고 지적했다.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고안된 수직 농장 ‘드래곤플라이(Dragonfly)’ 프로젝트도 뱅상 칼보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드래곤플라이의 온실은 잠자리 날개의 투명 결정체 구조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프로젝트는 도시가 유기농 먹거리 소비의 중심지이자, 동시에 생산의 중심지로 기능 하게끔 시스템을 재편하는 시스템이다. 먹거리의 이동을 최소화해 탄소 배출량을 줄여내는 효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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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닮은 건축은 당장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뱅상 칼보가 실제 대만에 건축한 주거용 건물 ‘타오주인위안(Tao Zhu Yin Yuan)’은 1층 정원뿐만 아니라 각 세대 발코니, 테라스에 약 2만3000그루의 식물을 심어 모든 개방 공간을 나무로 덮었다. 입주민에게 신선한 공기를 제공하고 습도를 조절하는 것은 물론, 공학적 설계를 토대로 인근 마을의 공기 청정기로 기능하는 등 도심 내 공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뱅상 칼보는 “타오주인위안에선 기둥 없는 혁신적인 구조로 더 넓은 창을 제공하고 아름다운 공중정원도 즐길 수 있다”며 “인간과 자연 사이의 올바른 공생을 연구한 결과”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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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상 칼보는 자연 친화적 생태 건축물로 도시를 다시 비옥하게(Fertile) 만들 수 있다고 기대했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보건 위기가 더 빈번하게 닥칠 것에 대비, 도시가 화재를 겪고 난 숲처럼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생태적 집단 지성을 고민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생태학적 기준으로 모범이 되는 도시로 오스트리아 빈, 스웨덴 스톡홀롬, 호주 시드니를 꼽았다. 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녹지 및 유기농업을 집중 개발하고, 재생에너지를 대규모로 배치했으며, 대기 질을 보호하면서도 효율적인 저탄소 교통 시스템을 갖췄다는 것이다. 이에 뱅상 칼보는 ▷제로웨이스트 순환 경제 ▷저탄소 이동 수단 ▷생물 다양성과 도시농업 ▷건물 사용의 가변성과 회복력 등 4가지를 생태·보건 위기를 헤쳐나갈 ‘쇄빙선’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건축가들이 생태 문제와 사회적 문제를 대면하는 건 이제 선택 사항이 아닌 전문가로서의 약속”이라고 당부했다. 최준선 기자

 

hum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