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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 쓰레기는 왜 책임 안 져?…팔 때는 신나게 팔더니 재활용은 절반만 [지구, 뭐래?]
202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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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힘들게 헹구고 말려 버렸는데…절반만 책임진다니”

 

도시락이나 컵라면 먹을 때 종종 마주치게 되는 새하얀 스티로폼(폴리스틸렌페이퍼·PSP) 용기. 가볍고 편리하긴 한데 시뻘건 국물 자국을 지우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오염된 경우에는 일반쓰레기로 버리는 게 원칙이다.

 

빤히 스티로폼인 걸 아는데 지저분해졌다고 일반쓰레기로 버리기 마음에 걸린다면 자국을 지우면 된다. 흐르는 물에 헹군 뒤 햇볕에 하루에서 이틀 정도 말리면 시뻘겋게 물든 컵라면 용기가 다시 하얗게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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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소비자들도 쓰레기를 줄이고 분리배출하려 각자의 노력을 들인다. 그런데 정작 컵라면 업체들은 만들어 판 컵라면 용기 중 절반만 재활용해도 된다. 생산자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온전히 재활용할 책임을 물지 않는 건 ‘재활용의무율’ 덕이다.

 

지난 2일 환경부에서 고시한 ‘2024년 제품·포장재별 재활용의무율 고시’에 따르면 단일 재질 폴리스틸렌페이퍼의 재활용의무율은 0.532이다. 가령 컵라면 1000개를 만든 업체가 컵라면 쓰레기를 532개만 치우면 그 이상의 책임이나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컵라면뿐 아니다. 투명 페트병의 재활용의무율은 0.768, 색깔이 있는 페트병은 0.728, 기타 플라스틱으로 된 용기류는 0.893 등이다. 약이나 껌 포장재로 많이 쓰이는 폴리비닐클로라이드(단일·복합재질 PVC)의 재활용의무율은 0.408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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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의무율이란 말 그대로 생산자가 판매한 제품이나 포장재 중 재활용해야 하는 비율을 가리킨다. 환경부가 분리배출량, 재활용 시설의 규모, 기술 개발 상황 등을 감안해 정한 뒤 5년 단위의 장기 목표에 맞춰 해마다 새로 정한다.

 

현행 법상 스스로 만든 쓰레기의 재활용을 100% 책임지는 업체는 사실상 없다. 재활용의무율을 산정에서 첫 해에 0.9 이하의 범위에서 정하도록 기준이 마련돼 있어서다. 생산자가 만든 쓰레기 10개 중 1개는 재활용 책임을 면해주고 시작하는 셈이다.

 

이후에는 목표에 따라 차근차근 의무율을 높여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컵라면 용기로 쓰이는 폴리스틸렌페이퍼의 의무율은 지난해와 올해 동일하게 0.532로 제자리걸음이다.

 

심지어 페트병의 재활용 의무율은 지난해보다 더 떨어졌다. 지난해 투명 페트병의 재활용 의무율은 0.800, 색깔이 있는 페트병은 0.834로 올해보다 각각 0.032, 0.106씩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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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지난해의 재활용 실적에 따라 환경부에서 올해의 의무율을 조절할 수 있어서다. 환경부 관계자는 “목표 달성률과 (재활용) 실적에 따라 재활용 의무율을 0.05 범위에서 조정한다”며 “실적이 너무 낮을 때는 가급적 전년 수준만큼은 (재활용 의무율을) 맞추라는 의미로 생산자와 협의해서 (조정 계수를) 정한다”고 설명했다.

 

생산자가 만든 쓰레기를 모두 재활용하지 않아도 되니 재활용의무율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나 유럽 등과 달리 재활용 의무를 100% 지우지 않는 건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에 따르면 독일, 오스트리아는 플라스틱(합성수지) 포장재의 재활용의무율이 아예 없다. 생산한 쓰레기는 일정 비율로 덜어주는 것 없이 모두 재활용 책임을 지라는 의미다.

 

국내에서는 생산한 만큼 재활용의무를 지우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재활용을 하다 보면 무단 투기나 공정 손실 등으로 전부 재활용할 수가 없다”며 “우리나라 재활용의무율은 실제 재활용 실적을 을 기반으로 하지만 유럽의 재활용의무율은 금전적인 부담을 지우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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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ressh@heraldcorp.com

 

https://biz.heraldcorp.com/view.php?ud=20240105000678&ACE_SEARC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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