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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속았다” 일일이 떼냈는데 재활용도 안 된다니…이거 말이 돼? [지구, 뭐래?]
202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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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라벨이 있건 없건 일괄 배출한 다음에 수거 업체가 분류하면 안되는 건가요? 재활용 분리 기준도 복잡한 데다 시도 때도 없이 바뀌니 도저히 못하겠네요”

 

소비자들이 지적하는 페트병 분리배출의 적, 라벨이다. 떼기 여간 불편할 뿐 아니라 떼어내도 페트병 표면에 접착제가 남는다. 그럼에도 라벨은 떼어내는 게 페트병을 올바르게 버리는 원칙이다. 이를 위해 라벨을 떼어내는 전용 칼을 구입하거나 세제, 뜨거운 물 등을 동원하기까지 한다.
 
반면 유럽이나 일본 등 재활용을 잘 한다는 나라에서는 페트병을 라벨을 떼지 않은 채로 버리도록 한다. 수거 및 처리 업체들이 기계로 라벨을 분리할 수 있도록 페트병을 만들 때부터 라벨 재활용 규정이 마련돼 있어서다.
 
포장재 업계에서는 라벨을 떼는 번거로움을 소비자들에게 떠넘기면서도 정작 페트병 재활용 품질을 떨어뜨리는 라벨을 우리나라만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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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차이를 만드는 건 라벨의 재질이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쓰이는 페트병 라벨은 크게 ▷띠 라벨(OPP) ▷수축필름 라벨 ▷감압접착식 라벨(PSA) 세 가지로 나뉜다.

 

이 중 떼기 어려운 라벨이 바로 감압접착식 라벨이다. 유럽연합(EU)은 라벨 등 포장재 규정에서 이 감압접착식라벨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의 규정 역시 라벨을 떼고 접착제가 남지 않아야 한다고 돼 있다.

 

끈적이는 라벨로 고생하는 건 소비자뿐 아니다. 애써 라벨을 떼어내도 페트병에 흔적이 남아 재활용을 하더라도 품질이 낮고, 식품 용기로는 사용할 수 없다. 이 라벨을 제거하려면 고온의 약품으로 화학 처리를 해야 한다.

 

반면 띠 라벨이나 수축필름 라벨의 경우 일괄적으로 떼기 쉽다. 페트병이나 뚜껑보다 비교적 가벼운 라벨의 특성을 십분 살려 풍력 선별기 등으로 쉽게 분리할 수 있어서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만 해도 풍력 선별기로 라벨을 제거한다”며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은 라벨을 분리하는 건 쉬워 일본에는 이같은 업체가 전국에 3000개 이상 동네마다 있다”고 설명했다. 품질을 떨어뜨리는 라벨을 우리나라만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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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이 재활용하기 어려운 라벨이 아직도 국내에서 통용되는 건 포장재 등급이 관대한 영향이 크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2019년 말부터 포장재 재질의 등급 평가가 시작됐다. 이중 재활용 어려움 등급만 표시가 의무화돼 있다.

 

등급은 재활용 용이성에 따라 ‘최우수’, ‘우수’, ‘보통’, ‘어려움’ 4가지로 나뉜다. 페트병 라벨의 ‘우수’ 등급을 획득하기 비교적 쉽다. 접착제를 사용했더라도 라벨 면적의 라벨 면적의 60%% 미만이라면 우수 등급을 받을 수 있다. 또 접착제가 80도 양잿물(수산화나트륨 2%)에서 분리되면 ‘우수’ 등급이다.

 

반면 해외는 2~3가지로 등급이 단순하다. 유럽페트병플랫폼(EPBP)에는 페트병 분류 기준을 ‘가능(Yes)’, ‘조건부(Conditional)’, ‘불가능(No)’로 나누는데, 가능 등급을 받으려면 라벨의 접착제가 상온의 물에서 제거돼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재활용 불가능 등급을 받을 라벨도 국내에서는 우수 등급을 받을 수 있다”며 “접착식 라벨을 사용하지 않는 외국에서는 값싸고 손쉽게 페트병을 재활용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페트병 재활용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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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현 addressh@heraldcorp.com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6/0002233304?sid=105